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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밖을 나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같은 기숙사를 배정 받은지 한 달 남짓 되었을까
비슷한 나잇대라 그런지 쉽게 친해졌고 지내다보니 사소한 것들이 잘 맞아 거의 불알친구급으로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전정국 어디가"

 

 

 

 

"안자고 있었어요?"

 

 

 

 

 

 

 

 

4인실 방을 둘이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라 넉넉한 안이였지만 둘 다 잠이 든 조용한 시간에는 작은 발소리 하나조차도 예민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깊게 잠이 들지않는 이상 잠귀가 얇은 태형은 정국이가 이불을 들춰내는 소리만으로도 잠에서 깨어났다.
깰 때마다 세어본것만 해도 여러번이였고 매번 이 야심한 시각에 밖을 나서는 이유가 궁금해서 자는척을 하는것에도 한계를 느꼈다.

 

 

 

 

 

 

 

 

"내가 초반에 예민하다고 말했잖아 이 새벽에 어딜 그렇게 가?"

 

 

 

 

"음...그냥 친구가 자꾸 보자고 해서요"

 

 

 

 

"이런 늦은 시간에?"

 

 

 

 

 

 

 

 

곤란한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아닌 척 어색하게 웃는 모습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게 분명했다.
거짓말도 잘 못하면서

 

 

 

 

 

 

 

 

"정국아 사실대로 말해"

 

 

 

 

 

 

 

 

해맑게 웃고는 있지만 평소에도 솔직해서 탈이였던 정국이가 다른사람도 아닌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긴다는것 자체가

기분이 상하는 일인건 어쩔 수 없는것이였다.

 

 

 

 

 

 

 

 

"형이 굳이 알 필요 없잖아요 저도 제 사생활이 있어요"

 

 

 

 

"뭐?"

 

 

 

 

 

 

 

 

얼이 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본 태형을 외면하고는 밖을 나서는 정국이였다.
평소에는 먼저 형 형 거리면서 잘 따르던 녀석이였는데 그저 이 새벽에 어디를 나가냐라는 질문 하나 했다고 저런 태도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잠은 다 달아난지 오래였고 기분도 가라앉았으니 아침이 밝을 때까지 무엇을 해야할지 난감해진 태형이였다.
결국 해가 뜰대까지 폰만 만지작거리다가 서서히 몰려오는 졸음에

잠깐 눈을 부치려고 한것이 강의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한낮이 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별수없네 자체휴강 해야지"

 

 

 

 

 

 

 

 

이왕 늦잠잔거 아예 하루 놀 생각으로 가벼운 소지품을 챙기던 태형이 옆 침대로 눈을 돌렸다.
정국이 나갈대와 똑같이 구겨져있는 이불과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침대가 새벽에 나간 이후로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았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어제 나눴던 대화가 다시 떠올라 기분이 팍 상해버린 태형이 괜히 베개를 던져버리고는 세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동기들은 다들 수업을 듣고 있을테니 혼자서 자유를 만끽한다는 생각에 새삼스레 설레여 시내를 이리저리 돌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느라 뭘 사먹고 입고 하는걸 한동안 못했던 탓인지 물만난 고기처럼 맘껏 사고 먹고 돌아다니는 태형이였다.
금방 어둑해진 주변에 이제 들어가야겠다싶어 발걸음을 돌리던 태형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야 전정국!"

 

 

 

 

 

 

 

 

유흥가가 몰려있는 맞은편 골목길에서 무리에게 둘러쌓인 정국이가 눈에 띄였다.
딱봐도 좋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 상황에 신호도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도로를 건너갔다.

 

 

 

 

 

 

 

 

"이야 친구야? 예쁘게 생겼네"

 

 

 

 

 

 

 

 

지금쯤 기숙사에서 자고 있어야할 태형이 눈앞에 보이자

당황해서 오지말라고 소리를 치기도전에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모습에 머리를 부여잡는 정국이였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것 같다.
자신이 본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잘도 잠을 자는 태형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일만큼 답답한 일도 없었다.
거기다 요즘들어 덥다는 이유로 윗옷을 벗고자는 경우가 빈번한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위험한 상태로 잠을 청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냐 이거다.
매번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김태형이랑 닮은 사람을 찾아 본능을 억누르는것 밖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하지만 대신은 대신일뿐 본인이 아니고서야 늘 부족한 무언가가 남아서 찜찜한 채로 잠에 드는 일이 많아졌다.

 

 

 

 

 

 

 

 

 

 

 

 

 

 

 

 

 

 

 

 

 

 

 

 

 

 

 

 

 

 

일이 터져버린것은 어제 새벽이였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밖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일어나 어디를 가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태형에게 형을 좋아해서 섹스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밖에 나가서 풀고오겠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할수도 없고 민망하기도 해서 대충 얼버무린다는게 쌀쌀맞게 대해버렸다.
아직 어제일도 제대로 풀지 못했는데 또 다른 문제에 휘말리게 만들다니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설명해 전정국"

 

 

 

 

"아니 형 그게요"

 

 

 

 

"아니 글쎄 이 예쁜이가 우리가 놀자는데 자꾸 거절하잖아 이쪽에 오가는거 내가 요근래 자주 봤는데"

 

 

 

 

"닥쳐요 좀 저도 취향이란게 있지"

 

 

 

 

"괜히 튕기기는"

 

 

 

 

 

 

 

 

아까부터 은근슬쩍 정국의 턱을 쓰다듬는 버러지같은 녀석의 손길이 몹시 거슬렸다.
전정국 싸돌아다닐대부터 사고칠줄 알았다.

 

 

 

 

 

 

 

 

"싫다잖아 좀 꺼져"

 

 

 

 

"뭐?"

 

 

 

 

 

 

 

 

짜증나게 되물어오는것도 그렇고 턱을 만지던 손이 허리로 내려오는게 더는 못봐주겠다 싶어서 발로 배를 걷어차버렸다.
중심을 못잡고 넘어가자마자 위로 올라타 세게 주먹을 날렸다.
자고로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는 한놈만 반죽음 만들어놓으면 된다고 했다.
놀란 정국이가 태형이를 불렀지만 이미 열이 뻗친 상태라 계속 주먹만 휘둘러댔다.
방심하던 차에 한대 얻어터지기는 했지만 이미 기절해버린 상태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손을 털고 일어난 태형이 쓰라린 볼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진짜 그동안 새벽에 이런짓 당하려고 나간거야?"

 

 

 

 

"아니에요 이새끼들이 먼저!"

 

 

 

 

"변명은 숙소가서 듣는걸로 하자"

 

 

 

 

 

 

 

 

평소와 같이 밝은 미소를 짓다가 아려오는 입술에 아야라고 작게 신음을 뱉는 태형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자 이제 얘기나 들어보자 정국아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자신 때문에 잘생긴 얼굴에 상처가 났으니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며 말을 꺼냈다.

 

 

 

 

 

 

 

 

"아니 밤마다 형이 그러니까 옷을 막 벗고 되게 조심성 없게 자잖아요"

 

 

 

 

"그거랑 네가 새벽에 나가는거랑 뭐가? 아 보기 싫으면 말을하지"

 

 

 

 

 

 

 

 

엉뚱한 소리나 하는 태형이의 모습에 상처부분을 세게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아! 야 너 일부러"

 

 

 

 

"형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고 있는데 잠이와요? 눈앞에 현실판 야동이 펼쳐진 것 같다고!"

 

 

 

 

"뭐?"

 

 

 

 

"네?"

 

 

 

 

 

 

 

 

자기가 말해놓고서는 놀라서 크게 띄여진 눈으로 태형이를 쳐다보던 정국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돌렸다.

 

 

 

 

 

 

 

 

"제 말은 그러니까"

 

 

 

 

"그래 결론은 내가 좋다는거잖아"

 

 

 

 

"아니 제 말 좀 들어봐요"

 

 

 

 

"현실판 야동이 펼쳐질 정도로 좋다는거네 그치?"

 

 

 

 

"...네 맞아요"

 

 

 

 

 

 

 

 

변명을 해봤자 들을것 같지도 않은 태도에 체념한듯 작은 목소리로 긍정의 표시를 하는 정국이였다.
정국이가 쩔쩔매는 모습을 빤히 보던 태형이가 익살스럽게 웃음을 지어냈다.

 

 

 

 

 

 

 

 

"아 진짜 웃겨 죽겠네 버러지 새끼한테 한 대 맞으니까 알겠더라 내가 전정국을 좋아해서 밤마다 어디를 나가는지 궁금했던거고

얼굴도 내줄만큼 관심이 있나보다 싶더라"

 

 

 

 

"형 한 대 맞고 정신 이상해진거 아니죠?"

 

 

 

 

"진지하게 고백하고 있는데 무드없게 뭐하는 짓이야"

 

 

 

 

"그치만 너무 뜬금없어서"

 

 

 

 

"그래서 싫어?"

 

 

 

 

"제가 좋다고 말했잖아요"

 

 

 

 

 

 

 

 

약간 붉어진 귀끝이 귀여워 죽겠다.
서서 약을 발라주던 정국이를 잡아끌어 눕히고는 그 위로 올라탔다.

 

 

 

 

 

 

 

 

"이왕 이렇게 된거 현실판 야동 좀 찍어볼까"

 

 

 

 

"미쳤어요?"

 

 

 

 

"밤마다 나간건 괘씸하니까 혼 좀 내고"

 

 

 

 

"얼른 비켜요"

 

 

 

 

"괜찮아 여기 방음 꽤 되더라"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다는듯 입술을 맞대며 정국의 입을 막아버리는 태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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