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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애가 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태형이형이 다니는 대학교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지금 쯤이면 형도 끝나지 않았을까
먼저 키스까지 할 정도면 좋은 쪽으로 대답이 나올거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정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3년 동안 질질 끌었던 짝사랑이 오늘 안에, 어쩌면 곧 끝이 난다는것에 시원섭섭한 기분과 함께 가슴 한켠이 시려왔다.
이제는 정말 끝맺음을 해야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이제 마지막 수업도 끝났을텐데"

 

 

 

 

 

 

 

 

두리번 거리다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여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태형이ㅎ..."

 

 

 

 

 

 

 

 

아는척을 하려 했는데 태형의 옆에서 같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린 정국이였다.
1년전 쯤인가 여느날과 다름없이 태형의 집에 놀러갔던 정국이 목격한 것은 꽤 충격적인 모습이였다.
태형과 같은 또래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태형과 진하게 키스를 하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정황상 섹스를 하기 직전인 둘의 모습에 그날은 그간 모아뒀던 눈물들을 다 쏟아내기라도 하듯이 밤새껏 울고 또 울어서 다음날 태형에게 붕어라는 놀림까지 당했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짝사랑 상대가 섹스하려는 모습을 본 것도 모자라 그 상대방이 지금 태형과 같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저 남자라니

금방이라도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어? 꾹아?"

 

 

 

 

"꾹? 얘가 네가 말한 정국이란 얘야?"

 

 

 

 

"안녕하세요..."

 

 

 

 

 

 

 

 

언제 발견한건지 동그란 정수리만을 보고도 정국이란걸 알아챈 태형이 말을 걸어왔다.
옆에 딸려 온 그 사람도 자신과 자주 만난 사이인 것 마냥 아는척을 해왔다.

 

 

 

 

 

 

 

 

"끝나고 전화한다고 했잖아 추운데 여기서 기다렸어?"

 

 

 

 

 

 

 

 

평소와 같이 다정한 손길로 두 볼을 감싸며 물어오는 태형에 기껏 참고 있는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괜히 코를 킁킁대며 시선을 피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요 괜찮으니까 손 떼도 돼"

 

 

 

 

"안녕 정국아! 난 박지민이야 태태랑 동갑이고 같은과 다니고 있어"

 

 

 

 

 

 

 

 

자신보다 작아보이는 키에 환하게 미소를 짓자 접히는 눈꼬리와 그 주위로 과하지 않을만큼 붙은 살이 귀여움을 극대화 시켜 서글한 인상을 풍겼다.
누구나 다 귀여워할만한 페이스에 성격도 밝아 보이는게 자신과는 정반대인 모습이 태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안그래도 우울했던 기분이

이제는 땅을 파고 들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전정국 스물이에요"

 

 

 

 

"우리보다 두살이나 어리네? 귀엽다"

 

 

 

 

 

 

 

 

자연스럽게 볼을 잡아 당기는 손에 이걸 물어버려야하나 싶었는데 때마침 지민의 손을 쳐내는 태형이였다.

 

 

 

 

 

 

 

 

"박지민 수작 부리지마"

 

 

 

 

"정국이가 귀여워서 우쭈쭈 해준거야"

 

 

 

 

 

 

 

 

태형이형이 지민이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질투하는걸까
자신도 모르게 태형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지 할 말 있냐고 묻는 형에 고개를 젓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 할 얘기 있다고 했잖아요"

 

 

 

 

"맞다 어디로 갈까 요 앞에 카페 갈까?"

 

 

 

 

"뭐야 둘만 노는게 어디있어 나도 껴줘"

 

 

 

 

"매일 놀러다니면서 지겹지도 않냐"

 

 

 

 

"너 말고 꾹이랑 놀고싶은거거든"

 

 

 

 

"네가 뭔데 정국이를 꾹이라고 불러 임마!"

 

 

 

 

"나는 부르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어? 없잖아"

 

 

 

 

 

 

 

 

누가 태형이형 친구 아니랄까봐 유치한걸로 싸워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게 똑 닮았다.
나름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쉽게 물리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보는 정국이였다.

 

 

 

 

 

 

 

 

"형 그냥 집가서 얘기해요"

 

 

 

 

"단 둘이 집에가서 뭐하려고?"

 

 

 

 

"뭐하긴 얘기하러 가는거지"

 

 

 

 

"정국아 조심해 쟤 완전 늑대야"

 

 

 

 

 

 

 

 

오늘 처음 본 사이면서 사교성 좋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귓가에 속삭이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금방이라도 팔을 떨쳐내며 늑대인걸 어떻게 아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일단은 태형의 친구였고 자신 때문에 태형에게 피해가 가는건 정말 싫었기에

잠자코 지민의 말을 듣고있었다.

 

 

 

 

 

 

 

 

"저번에 한번 둘이서 술 마신 적이 있었는데 대뜸 키스를 해대더라고 그러니까 정국이도 조심해 큰일나~"

 

 

 

 

 

 

 

 

말안해도 다 아는 사실이였다.
단 둘이 술을 마신 날이 내가 목격한 그 날일 것이다.
태형이형이 술김에 키스를 한 것이라면 이 사람은 왜 밀어내지 않았고 그 날 어디까지 진도를 뺐으며

지금 둘 사이는 무슨 사이인지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침침 너 꾹이한테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뭘?~"

 

 

 

 

"이자식이!"

 

 

 

 

"아 약속 늦겠다 나 먼저 가볼게 태태야 귀여운 꾹이도 안녕~~"

 

 

 

 

"다리도 짧은게 뛰다 다친다"

 

 

 

 

 

 

 

 

벌써 애칭까지 정한 사이라면 누가봐도 사귀는 사이잖아
결국 쌓였던 설움이 폭발했는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황급히 고개를 숙여 옷소매로 눈을 부비며 닦아보았지만 여태껏 참았던 탓인지 그치는게 쉽지않았다.

 

 

 

 

 

 

 

 

"꾹아 이제 가자"

 

 

 

 

 

 

 

 

지민이 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던 태형이 고개를 돌리자 정국이의 어깨가 떨리는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추웠지? 괜찮은 척 하기는 얼른 따뜻한 곳으로 가자"

 

 

 

 

 

 

 

 

어깨를 감싸고 끌어당기려 했는데 도무지 발을 뗄 생각을 안하는 정국에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정국아 전정국 안갈꺼야?"

 

 

 

 

 

 

 

 

갑자기 고개를 홱 쳐드는 바람에 정국이의 머리와 태형의 코가 부딪혔다.
꽤 세게 부딪혔는지 찡하게 울려오는 코를 부여잡고 정국이를 쳐다봤는데 눈가가 벌게진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아무하고나 키스해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숨 넘어갈듯이 울더니 큰소리로 외친다는게 저 소리다.
그것도 사람 많은 대학교 정문에서 말이다.

 

 

 

 

 

 

 

 

"정국아 일단 좀 집에가서 얘기하자 응?"

 

 

 

 

"됐어요! 얼른 방금 그 지민인가 지만인가 망개떡 같은 사람한테 가서 키스하고 섹스하고 다 하란 말이에요!

사람 가지고 놀아요? 어제는 저한테 키스하더니 저번에는 ㅈ..."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몰리는 시선들에 정국이의 입을 막고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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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자 추워진 날씨에 괜히 입에 문 담배 끝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추워서 담배도 못피겠네"

 

 

 

 

 

 

 

 

집안에서 피면 윗집에 피해가 간다나 뭐라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집주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온건데 담배 피기도 전에 추워서 입 돌아가게 생겼다.

 

 

 

 

 

 

 

 

"추운데 여기서 뭐하세요 아 담배?"

 

 

 

 

 

 

 

 

인기척도 없이 어느새 옆에 서 있는 인영에 하마터면 꼴사납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옆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궈버렸다.
아 옆집남자다
저 새끼 때문에 저번에 다 잡았던 기회도 놓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에 한개비도 아까운 담배도 떨어트렸으니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많이 놀랐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미안해요"

 

 

 

 

 

 

 

 

슬쩍 올라간 입꼬리가 맘에 안든다.
웃을 때 휘어지는 눈꼬리도 거슬리고 조금 더 시선을 올려다봐야 하는 자신보다 큰 키도 한없이 불쾌했다.

 

 

 

 

 

 

 

 

"김남준 스물셋이에요"

 

 

 

 

 

 

 

 

한껏 구겨진 내 표정이 안보이는건지 일부러 무시하는건지 악수를 청해오는 뻔뻔한 손이 어이가 없어 조소가 흘러나왔다.

 

 

 

 

 

 

 

 

"뭐 어쩌라고"

 

 

 

 

"상대방이 소개를 했으면 자신도 소개하는게 예의잖아요"

 

 

 

 

"민윤기 스물넷"

 

 

 

 

"윤기형이네 잘부탁해"

 

 

 

 

"원래 통성명 하고나면 반말부터 찍찍 써대는게 예의인가보네"

 

 

 

 

"그게 친해지기 좋잖아"

 

 

 

 

 

 

 

 

나 너 싫으니까 얼른 꺼져란 티를 팍팍 내뿜으며 말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이 녀석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김태형은 바보라서 싫은 티 내도 모른다지만 김남준이란 저 놈은 백퍼센트 알고서도 무시하는거다.

 

 

 

 

 

 

 

 

"앞으로 자주 볼텐데 잘 지내자 윤기형"

 

 

 

 

"자주 볼 일이 있으려나"

 

 

 

 

"저번에 키스 방해한거 때문에 그래?"

 

 

 

 

 

 

 

 

직설적인 남준의 말에 하나 더 꺼내고 있던 담배를 또 바닥에 떨궈버린 윤기였다.
점점 참을성이 바닥나고 있다는걸 보여주듯이 떨어진 담배를 발로 짓이기듯 밟아버렸다.

 

 

 

 

 

 

 

 

"알면 좀 가라"

 

 

 

 

"싫은데"

 

 

 

 

"시발 너 진짜 뭐하는 새끼야"

 

 

 

 

"음...민윤기한테 관심있는 새끼?"

 

 

 

 

 

 

 

 

태연하게 내뱉은 말 치고는 내용은 핵폭탄 급이였다.
날 언제 봤다고 관심이 생겼다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건 기본이고

추워 죽겠는데 담배 하나 피려고 여기까지 나와서 저런 개같은 소리나 들어야 한다니

그날도 그렇고 이 녀석은 만날때마다 내 기분을 더렵게 만들었다.

 

 

 

 

 

 

 

 

"그날 딱 봤는데 취향인 사람이 어떤 남자랑 입술을 부비고 있길래 마음에 안들어서 시비 좀 걸었어"

 

 

 

 

"뭐야 이거 전정국보다 훨씬 또라이네"

 

 

 

 

"그게 누구야 키스하던 사람이야?"

 

 

 

 

"됐고 얼른 꺼져"

 

 

 

 

"와 형 매정하다 관심있다고 했는데 반응이 싸늘하네"

 

 

 

 

 

 

 

 

여기서 더 말을 섞다가는 본인만 피곤해질 것 같아 등을 돌려 발을 떼려 했는데 팔을 잡고 돌려 세우는 남준에 의해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말하기도 귀찮은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녀석을 올려다보자 입에 담배 하나를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준다.

 

 

 

 

 

 

 

 

"나 때문에 아까운 담배 떨궜잖아 보니까 같은거 피는 것 같아서"

 

 

 

 

 

 

 

 

담배곽을 흔들며 웃어주는데 여태까지 봐왔던 미소들과 다르게 짜증이 쌓이고 쌓여 바짝 열을 올리고 있던 것들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폐 속 깊숙히 파고든 담배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한참을 녀석의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나 더 달라는건가"

 

 

 

 

 

 

 

 

미소를 유지한 채 시선을 피하지 않는 모습에 윤기도 덩달아 계속 남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에 머금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가져가더니 남준의 얼굴로 연기를 뱉어냈고

그로인해 마른 기침을 몇 번 토해내는 남준을 보며 꽤 크게 웃어제끼는 윤기였다.

 

 

 

 

 

 

 

 

"병신아 속일걸 속여야지"

 

 

 

 

 

 

 

 

이런 독한 담배를 피면 아무리 적게 핀다지만 냄새가 몸에 베이는건 당연한거고

담배꽁초가 든 쓰레기 봉투가 눈에 띄여야 하는데 저 놈 짚앞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담배꽁초 끄트머리도 볼 수 없었다.

 

 

 

 

 

 

 

 

"담배 안피는거 들켰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보여 멈췄던 웃음이 다시 터져나왔다.

 

 

 

 

 

 

 

 

"아까 불 붙이는 것도 어색하더만"

 

 

 

 

"붙여본 것도 처음이라서 그래"

 

 

 

 

"허세 부리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어차피 계속 맡아야될거 연습 좀 하려고 했지"

 

 

 

 

"담배 안핀다면서"

 

 

 

 

"형이랑 키스할껀데 모양 빠지게 기침하면 안되잖아"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상은 아니란걸 깨닫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녀석이다.
허우대 멀쩡한게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놈한테 관심을 가졌을까 싶은 윤기는 말을 잇기가 귀찮은지 담배만 피워댈뿐이였다.

 

 

 

 

 

 

 

 

"담배 떨군건 다 갚은거야"

 

 

 

 

 

 

 

 

남은 담배가 들어있는 곽을 손 위에 올려놔주고 바닥에서 짓이겨진 담배꽁초를 주워서 자기 주머니에 넣더니

보조개가 돋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맞춘다.

 

 

 

 

 

 

 

 

"담배 말고도 그 날 나 때문에 못했던 것도 갚을 수 있어 언제든지 옆집으로 와"

 

 

 

 

 

 

 

 

고개를 숙이더니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고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자기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남준이였다.

 

 

 

 

 

 

 

 

"진짜 미친놈이네"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던 윤기는 태우다 만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발로 비벼 끄고는 어색한 몸짓으로 느릿하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약간 붉어진 볼이 추워진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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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를 반기는 귀여운 딸아이와 잘 다려진 교복이 어울리는 학생 한명이 내 고된 일과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라면 보상인 나날이다.

 

 

 

 

 

 

 

 

"아저씨!"

 

 

 

 

"아빠!"

 

 

 

 

"뛰다가 넘어질라"

 

 

 

 

"아빠 어서오세요 해야지 진희야"

 

 

 

 

"어서오..세요?"

 

 

 

 

"착하다 우리 진희"

 

 

 

 

 

 

 

 

이제 다섯살 남짓한 딸아이를 품에 안고 예뻐해주고 있으면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정국이 자신의 볼을 가리키며 속삭인다.
석진의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지면서 이내 큰 웃음을 터트리더니 못이기는척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에다 해달란 소리는 아니였는데요?"

 

 

 

 

"입에다 해달라는줄 알았지"

 

 

 

 

"아빠 뽀뽀 나도 뽀뽀"

 

 

 

 

"진희는 오빠랑 하자"

 

 

 

 

 

 

 

 

어느새 자신의 집에 드나드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정국을 보면서 그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는 석진이였다.
9살이나 어린 고등학생을 사랑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정국이네 부모님이 아시면 한소리 좀 듣겠네
곤란한 표정을 짓는것도 잠시 뭐가 그렇게 좋은지 꺄르륵 웃어대는 진희와 정국을 바라보며 밝게 웃는 그였다.
지금의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최근 들어 생긴 자신의 욕심이 담긴 기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곳으로 이사온 것은 지난 봄의 일이였다.
꽃샘추위가 다 가시기도 전에 자신의 아내를 떠나보내야 했고 남겨진 어린 딸의 손을 꼭 잡고 부랴부랴 이삿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 싫었다.
아니, 나에게 이별을 고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집이 싫었다.

 

 

 

 

 

 

 

 

"아빠"

 

 

 

 

"응 진희야"

 

 

 

 

"우리 어디가?"

 

 

 

 

"우리? 집에 가야지"

 

 

 

 

"집?"

 

 

 

 

"응 우리집"

 

 

 

 

 

 

 

 

한창 엄마품을 벗어나지 않으려 할 어린나이인 딸이 무언가를 알기라도 한 것 마냥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게 마음이 쓰렸다.
물어본다한들 대답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나고 비참해졌다.

 

 

 

 

 

 

 

 

"여기는 놀이터도 있고 진희 친구들도 많을꺼야"

 

 

 

 

"아빠는?"

 

 

 

 

"아빠?"

 

 

 

 

"응 아빠는 좋아?"

 

 

 

 

"그럼 우리 진희가 있는데"

 

 

 

 

"진희도 좋아!"

 

 

 

 

 

 

 

 

해맑게 웃는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마음만이 앞섰던게 화근이였는지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진희가 잠에 들고 나서야 집에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고 밀린 업무로 인해 주말에도 컴퓨터를 붙잡고 놓지 못했다.

 

 

 

 

 

 

 

 

"진희야 아빠가 미안해"

 

 

 

 

 

 

 

 

잠든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자신의 손가락을 꼭 붙잡아오는 손에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애기 몇 살이야?"

 

 

 

 

"다섯짤!"

 

 

 

 

"사탕...먹을래?"

 

 

 

 

 

 

 

 

다른날보다 일찍 일을 끝마치고 진희를 데리러 갔을때 처음으로 그와 마주했다.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아이와 쉴새없이 재잘거리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눈이 부셨다.
오랜만에 보는 딸의 웃음이였다.
아 저렇게 해맑게 웃던 아이였지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한 얼굴로 한참이나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진희가 나에게로 뛰어오기 전까지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애 혼자 이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요"

 

 

 

 

"죄송합니다"

 

 

 

 

"아니 저한테 죄송할건 아니고 아이한테 미안해해야죠"

 

 

 

 

 

 

 

 

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차림새로 몇 번이고 잔소리를 했던 것 같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은 맑았지만 단호함이 깃들어있었다.

 

 

 

 

 

 

 

 

"진희야 오빠 갈게 나중에 봐"

 

 

 

 

"응! 잘가!"

 

 

 

 

"진희야 저 오빠 이름이 뭐야?"

 

 

 

 

"전구...정..구?"

 

 

 

 

"전구?"

 

 

 

 

"몰라 꾸오빠야"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면 안되는거야"

 

 

 

 

"그치만 딸기 사탕 줘써"

 

 

 

 

"맛있어?"

 

 

 

 

"응 마시써"

 

 

 

 

"그럼 됐다"

 

 

 

 

 

 

 

 

애를 잘 챙기지 못한 자기 탓이 크니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누구?...아 저번에 그"

 

 

 

 

"정국이요 전정국"

 

 

 

 

 

 

 

 

정국이라는 이름을 진희는 꾸라고 부르고 있었구나
평소에도 정국의 얘기를 자주하는 진희 때문에 웃음이 터져버린 석진이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해댔다.
갑자기 혼자 웃음을 터트리는 그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던 정국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사람 앞에 두고 왜 웃어요"

 

 

 

 

"미안해요 그냥 진희 생각이 나서"

 

 

 

 

"진희는 잘 있어요? 저 막 찾고 그래요? 되게 예쁘고 귀엽던데 아저씨랑은 딴판이네요"

 

 

 

 

 

 

 

 

진희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밝아진 표정에 놀란것도 잠시 혼자서 말을 이어가는 정국을 보면서 그 나이또래 답다 생각하는 석진이였다.
이제보니 정갈하게 차려입은 교복 가슴팍에 전정국이라는 이름 석 자가 떡하니 박혀있는 명찰이 걸려있었다.

 

 

 

 

 

 

 

 

"정국학생이라고 하면 되나?"

 

 

 

 

"아저씨 여태까지 제 말 하나도 안 듣고 제 호칭 물어보는거에요?"

 

 

 

 

"미안해 원래 늙으면 귀에 잘 안들어오고 그래"

 

 

 

 

"허허 웃는게 누굴 닮았나 했더니 아저씨 닮았네요 그거 고쳐요 어린 여자애가 허허 웃다니 그게 뭐에요"

 

 

 

 

"이게 습관이라서..."

 

 

 

 

"또 허허 웃었다 안돼요 그거"

 

 

 

 

 

 

 

 

만날때마다 툴툴대는게 타고난 성격인지 진희와 얘기를 나눌때처럼 예쁘게 웃어줬으면 좋으련만 늘 어딘가 불만이 있는 얼굴이였다.
처음은 그저 스쳐갔고 두번은 얘기를 나눴으며 점점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었다.

 

 

 

 

 

 

 

 

"아저씨 저 진희 보러 가도 돼요?"

 

 

 

 

"지금도 가끔 보잖아"

 

 

 

 

"아니요 매일 보면 안돼요?"

 

 

 

 

"매일?"

 

 

 

 

"제가 여태까지 아저씨 썰렁한 농담도 참아주고 진희한테 딸기 사탕도 사다주고 여러모로 키워내고 있으니까 매일 보게 해주세요"

 

 

 

 

"어떻게 매일 보려고?"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도어락을 가리키며 말을 내뱉은 정국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진희를 보고싶어한다면야 상관은 없지만...어딘지 모르게 호기심에 들뜬 아이의 표정과도 같아 걱정이 되는 석진이였다.
망설이는 석진의 표정을 읽어낸 정국이 한쪽에서 놀고있던 진희를 데리고 와 무릎에 앉히며 말을 이어갔다.

 

 

 

 

 

 

 

 

"진희야 오빠 매일 보고 싶지?"

 

 

 

 

"응! 꾸오빠 좋아"

 

 

 

 

"근데 오빠가 진희 매일 보려면 여기 있어야 되는데 아빠가 안된다고 하셔"

 

 

 

 

 

 

 

 

우는 시늉까지 해가면서 진희의 환심을 사려는게 딱 보여서 말리려던 석진의 입을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막은 진희가 입을 열었다.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은 석진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나서야 이 사단이 끝이났다.

 

 

 

 

 

 

 

 

"아빠!"

 

 

 

 

"오빠는 진희랑 있고 싶은데"

 

 

 

 

"그러며 나빠"

 

 

 

 

"알겠어 대신 사고는 치지말고"

 

 

 

 

"아싸! 진희야 뽀뽀!"

 

 

 

 

 

 

 

 

 

 

 

 

 

 

 

 

 

 

 

 

 

 

 

 

 

 

 

 

 

 

예체능쪽이라 야자를 안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매일 같이 진희를 데려다주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정국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한창 공부에 집념해야될 나이인데 정말 이래도 괜찮은걸까

 

 

 

 

 

 

 

 

"정국아"

 

 

 

 

"네 아저씨 진희는 방에서 자고 있어요"

 

 

 

 

"시험기간이니까 이번주는 여기 안오는게 좋을 것 같아"

 

 

 

 

"저 예체능 쪽이라 괜ㅊ..."

 

 

 

 

"아니 내가 안괜찮아 부모님이 걱정하실꺼야"

 

 

 

 

"그럼 진희는요?"

 

 

 

 

"2주동안은 부모님이 오시기로 했어"

 

 

 

 

 

 

 

 

갑작스런 말에 입을 꾹 다물어버린 정국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하루라도 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그와 가까이 있고 싶었던 마음이 석진에게는 짐이였을까
여태까지 자신 때문에 무리한 부탁을 승낙하고 진희를 돌보는 것도 빠듯한 와중에 자신까지 신경쓰느라 고생이였던 것은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하나둘씩 자라나고 있었다.

 

 

 

 

 

 

 

 

"알았어요"

 

 

 

 

"저기 정국아"

 

 

 

 

"아니요 괜찮아요 귀찮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요 제가 애도 아니고"

 

 

 

 

"그런게 아니라 정국아"

 

 

 

 

"아저씨 진짜 바보야"

 

 

 

 

 

 

 

 

이런 상황이 올까봐 말을 아꼈던건데 단단히 오해한것 같아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섯살짜리 아이인 진희를 잘 돌본다고 해도 19살은 아직까지 어린 나이였다.
감정에 솔직한만큼 여리고 생각이 많고 자신이 내뱉은 말로 인해 상처를 입을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내뱉은 말을 주워담고 싶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고 정국이가 없다는 이유로 적막해진 집안이 어색했다.

 

 

 

 

 

 

 

 

 

 

 

 

 

 

 

 

 

 

 

 

 

 

 

 

 

 

 

 

 

 

기어코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오늘은 좀 더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집에 남기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는 도중에 전화가 울렸다.
어느새 퇴근시간을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전화를 받자마자 들고 있던 서류들을 내팽개치고 밖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진희가 열이 너무 나서 병원에 왔단다 애가 자꾸 아빠 찾는데 얼른 와'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부모님에게 맡겼다는 생각 하나로 너무 신경을 못 써준 자신의 탓이었다.
정국이도 없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걸까
아파도 말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을 딸 아이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진희야!"

 

 

 

 

"일은 괜찮은겨?"

 

 

 

 

"일보단 진희가 중요해요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니가 왜 죄송혀 그 싸가지 없는 가스나 때문이지"

 

 

 

 

"진희엄마 욕은 하지 마세요 애가 들어요"

 

 

 

 

"아빠?..."

 

 

 

 

"진희야 괜찮아? 아빠왔어 우리딸"

 

 

 

 

 

 

 

 

석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진희를 꼭 안아주며 달래는 그의 손이 쉴새없이 떨리고 있었다.
아프다는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떠오른건 정국의 얼굴이였다.
이럴때 어떡하면 좋지 정국아
그 아이라면 당황하지 않고 진희를 간호했겠지 아니, 애초에 아프게 할 일도 없었을꺼야

 

 

 

 

 

 

 

 

"진희야 미안해"

 

 

 

 

"아냐 아빠 진희 안아파"

 

 

 

 

"미안해"

 

 

 

 

 

 

 

 

진희가 잠에 들때까지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아이의 등을 쓸어내리던 석진이 긴장이 풀린건지 깊은 숨을 내뱉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잠든 진희를 꼭 끌어안고 다독이던 석진이 놀이터 그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정국을 발견했다.

 

 

 

 

"어머니"

 

 

 

 

"왜 무슨 일이여"

 

 

 

 

"진희 데리고 먼저 들어가 계실래요?"

 

 

 

 

"왜그려"

 

 

 

 

"죄송해요 금방 올라갈게요"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가 어색했지만 애써 모르는척 하며 진희를 받아든 석진의 엄마가 발걸음을 돌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옆에 앉자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정국이를 발견할때부터 풀려버린 긴장 때문인지 몇 걸음 못가 자신의 다리에 걸려 넘어진 석진이였다.

 

 

 

 

 

 

 

 

"뭐야 누구야!"

 

 

 

 

"오랜만이네 정국아"

 

 

 

 

"아저씨?"

 

 

 

 

"그래 나야"

 

 

 

 

"더럽게 거기서 왜 그러고 있어요 일어나요"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이제보니 입술이 터져있는게 꼭 누군가한테 맞은것처럼 부어올라있었다.
말없이 정국을 바라보던 석진이 조심스럽게 입술 언저리를 손으로 쓸며 물었다.

 

 

 

 

 

 

 

 

"17대 1 뭐 그런 싸움이라도 했어?"

 

 

 

 

"그랬으면 제가 1이였겠지만 아니에요"

 

 

 

 

"그럼 왜 다쳤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냥...애들이"

 

 

 

 

 

 

 

 

말할때까지는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석진의 눈빛에 체념한건지 무덤덤한 말투로 말을 꺼낸 정국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아저씨보고 뭐라 하잖아요"

 

 

 

 

"그래서 때린거야?"

 

 

 

 

"진희 엄마 얘기도 하고 막 그랬어요 한대만 더 때리고 올껄"

 

 

 

 

"네가 더 맞은건 아니지?"

 

 

 

 

"아니에요! 제가 더 때려줬어요 나이값 못하는 녀석들은 맞아도 싸죠"

 

 

 

 

 

 

 

 

진짜 여러모로 정이 많은 아이였다.
어찌보면 생판 남인 자신과 진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분을 참지 못하고 때렸다니 부어오른 뺨도 터져버린 입술도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구나
이번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주머니에 손을 넣어본 석진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정국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 아프겠다 이리와봐"

 

 

 

 

"네? ㅇ...왜요 갑자기"

 

 

 

 

"약 발라줄게"

 

 

 

 

 

 

 

 

손에 들린 연고를 짜내 입술에 바르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흉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진희를 돌봐줬던 고마운 마음, 오늘 하루종일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던 너의 얼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급히 손을 떼낸 석진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눈을 꼭 감고 입술을 부딪혀오는 정국이였다.
몇분 같은 몇초가 흐르고 감았던 눈을 뜬 정국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입술 깨물었죠 피딱지가 있길래"

 

 

 

 

"ㅇ..아 그랬나?"

 

 

 

 

"좋아해요 아저씨 보고싶었어요"

 

 

 

 

 

 

 

 

순수한 그의 고백을 거절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다.
아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먼저 말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싶었다.

 

 

 

 

 

 

 

 

 

 

 

 

 

 

 

 

 

 

 

 

 

 

 

 

 

 

 

 

 

 

"아저씨 이거 받아요"

 

 

 

 

"이게 뭐야? 반찬?"

 

 

 

 

"엄마가 갖다주래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지 10개월쯤 됐을까 평탄할 줄만 알았던 둘 사이에 또 다른 위협이 가해지고 있었다.
아직 나와 정국이의 사이를 모르는 것 같은 정국이의 어머니가 요근래 들어 우리둘 사이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뭘 또 이렇게 많이 주셨어"

 

 

 

 

"진희가 너무 예뻐서 주는거래요"

 

 

 

 

"어머니가 여기 오는건 알고 있는거지?"

 

 

 

 

"네, 근데 저희가 애인 사이인건 몰라요"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지시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저 해맑은 정국이의 볼을 몇번 두드려주고 다음번에는 인사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석진이였다.
근데 그게 이렇게 빠르게 닥쳐올 줄은 몰랐지

 

 

 

 

 

 

 

 

"그러니까 네 말은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거야?"

 

 

 

 

"엄마 그게...아니 내 말 좀 들어봐 응?"

 

 

 

 

"어떻게...아니 석진씨 애도 있잖아요"

 

 

 

 

"네 그렇죠"

 

 

 

 

"나이도 28살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네...면목 없습니다"

 

 

 

 

"엄마 아저씨는 잘못한거 없어"

 

 

 

 

"조용히해 전정국"

 

 

 

 

 

 

 

 

반찬통을 가져다 주려는것까지는 좋은 시도였는데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정국이 말을 믿은게 화근이였다.
아니지, 안녕하세요 하고 우렁차게 인사를 해도 못들으셨던 어머니 잘못도...아니 그냥 내가 원인이다.
진희도 유치원에 있겠다 평일에는 좀처럼 쉬지 못하는 나와 학교 다니느라 바쁜 정국이가 오랜만에 휴일이 맞았던터라 신나게 대화도 하고 입도 맞대고

여러모로 꽁냥거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방안에 계시던 정국이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우리를 반겼다.
결국 들켜버린 관계에 몇 입이라도 할말이 없는 석진은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걸로 화낼 생각은 없어"

 

 

 

 

"네?"

 

 

 

 

"이렇게 번듯한 사위...아니, 그래 아들 하나 더 생긴다고 치자 근데 여태까지 엄마한테 말을 안한게 너무 속상하단거야 아들"

 

 

 

 

"ㅇ...엄마"

 

 

 

 

"말하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엄마잖아 정국아"

 

 

 

 

"그럼 우리 계속 사귀어도 돼? 나 아저씨 만나도 돼?"

 

 

 

 

"석진씨 좋은 사람인거 내가 다 아는데 왜 반대하니 나쁜엄마 만들지마 무섭다 얘"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휴 왜 이렇게 굳어있어요 편하게 대해요"

 

 

 

 

 

 

 

 

며칠간 고민했던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리니까 좋기도 하고 뒤숭숭하기도 하고 크게 웃지 못하는 석진에 비해 엄마를 꼭 안으며 좋아하는 정국이였다.
석진의 집으로 가는 내내 손을 꼭 붙잡고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정국이를 보자 금방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어진 그였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요?"

 

 

 

 

"2016년 마지막 날?"

 

 

 

 

"그럼 오늘 12시 지나면 무슨 날이게요"

 

 

 

 

"2017년"

 

 

 

 

"저 성인되는 날이죠 그리고 저희 부모님 여행가시는 날이에요"

 

 

 

 

"좋으시겠다 여행도 가고"

 

 

 

 

"아니 아저씨 그거 말구요"

 

 

 

 

"그럼...설마"

 

 

 

 

"저희 집에 아무도 없어요"

 

 

 

 

 

 

 

 

일부러 딱 붙어서 귓가에 속삭이는 발칙한 19살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석진이 아까부터 잡아온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우리 통했네"

 

 

 

 

"네? 뭐가요?"

 

 

 

 

"진희 오늘 하루 부모님, 그러니까 할머니 댁에서 자고 올꺼야"

 

 

 

 

 

 

 

 

방금 정국이 했던 행동 그대로 귓가에 속삭인 다음 다급하게 집안으로 정국이를 끌어들인 석진이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입을 맞췄다.
19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찔리던 양심도 이제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겠다 진희도 아빠를 위해서 할머니집에 간다고 했겠다 더 이상 걸릴게 없는 석진이 정국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한번 더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뭐에요 갑자기"

 

 

 

 

"뭐에요 갑자기가 끝이야?"

 

 

 

 

"저도 사랑해요"

 

 

 

 

정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입술을 머금은 석진의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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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받은지 오늘부로 딱 일주일째였다.

 

 

 

 

 

 

 

 

"하...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걸까"

 

 

 

 

"뭘 언제까지 그래요"

 

 

 

 

 

 

 

 

그날부터 정국이를 피해다녔다.
싫다거나 역겹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시도때도 없이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모르는 새에 정국이의 입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는 친구 녀석들도 내가 요즘 이상하게 멍하다고 뭔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였다.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에 제일 먼저 생각해낸게 녀석과 거리를 두고 마주치지 않는 것이였다.
유난히 많던 잠도 줄이고 일부러 더 바깥으로 나돌고 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전정국이였다.

 

 

 

 

 

 

 

 

"나 피해다니느라 고생 좀 했겠네"

 

 

 

 

"티났어?"

 

 

 

 

"내가 무슨 형이에요?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알죠"

 

 

 

 

 

 

 

 

이유가 어찌되었든간에 사람을 일부러 피해다녔고 상대방은 그걸 알고있었던 상황이라면 태형 본인이 백번 잘못한게 맞으니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바닥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였다.

 

 

 

 

 

 

 

 

"태형이형"

 

 

 

 

"응 정국아"

 

 

 

 

"형"

 

 

 

 

"응 왜불러"

 

 

 

 

 

 

 

 

"나 바닥에 있는게 아니라 형 앞에 있는데요"

 

 

 

 

 

 

 

 

예전처럼 해맑게 웃으며 눈을 맞추고 대답을 해주지도 않고 아까부터 죄인처럼 바닥만 쳐다보는 태형이 못마땅해진 정국이였다.
오히려 태형과의 사이를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버린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 좀 똑바로 봐줘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일주일만에 보는 정국이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찼다.
입을 맞췄던 그 날과 묘하게 겹쳐지는 얼굴에 밤새 저를 괴롭혔던 들뜬 기분이 다시끔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평소처럼 대해달라고 말했잖아요 물론 힘든거 알아요 근데 고백한건 난데 왜 형이 피해다녀요 피해다녀도 내가 피해다녀야지"

 

 

 

 

 

 

 

 

살짝 찡그려진 미간과 몇 번 깜빡여지는 눈에 의해 드러나는 속눈썹이 보였고

곧게 뻗은 콧대를 지나 반복적으로 쉴새없이 움직여지는 입술에 시선이 멈췄다.

 

 

 

 

 

 

 

 

"형 맘 잘 알았으니까 이제 내가 형 눈 앞에서 안보이면 되잖ㅇ..."

 

 

 

 

 

 

 

 

몸이 이끄는대로 손을 올려 어깨를 잡아 끌어당기고는 입술을 머금었다.
놀라서 굳어진 몸을 달래듯이 살살 입술주변을 쓸어내리던 혀가 살짝 깨물자 벌어진 틈새 사이로 밀려 들어갔고

입안 곳곳을 휘젓더니 입천장을 간질이며 깊숙히 파고들었다.

 

 

 

 

 

 

 

 

"뭐야 너네 집앞에서 야동 찍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 코앞에 보이는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정국이의 얼굴과 맞닿아있는 입술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몇 발자국 떨어졌다.

 

 

 

 

 

 

 

 

"꾹아! 그러니까 이게 어! 그러니까 말야!"

 

 

 

 

"형..."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게 일주일전과 똑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정국이한테 키스를 한거잖아
나한테 고백한 전정국한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체할 수 없을만큼 달아오르는 기분에 붉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한 태형이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이야 전정국 두번째 차인거야?"

 

 

 

 

 

 

 

 

놀리는게 명백한 말투로 내뱉은 윤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관문이 반쯤 다시 열렸다.

 

 

 

 

 

 

 

 

"그...정국아 일단 미안하고 어...음 그러니까 내일 시간 좀 내줘 알겠지? 끝나고 바로 전화할게"

 

 

 

 

 

 

 

 

자기 할말만 하고 다시 굳게 닫혀버린 현관문을 쳐다보던 정국이 윤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윤기형"

 

 

 

 

"왜, 또 차여서 사고 쳤다고?"

 

 

 

 

"김태형 키스 엄청 잘해요"

 

 

 

 

"좀 곱게 미쳐라 임마"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사고친거 아니에요 태형이형이 쳤어요"

 

 

 

 

 

 

 

 

좋아하는 녀석이랑 키스 두번 하더니 드디어 맛이 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정국이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윤기였다.

 

 

 

 

 

 

 

 

"늦었어 얼른 들어가 추워 죽겠구만"

 

 

 

 

"저 태형이형이랑 잘 되면 형한테 빨간 컨버스 하이 사줄게요"

 

 

 

 

"꺼져 조던넘버스 아니면 안받는다"

 

 

 

 

 

 

 

 

역시 정국이를 계속 피해다녔어야 하는게 맞았다.
그저 옆집 동생일뿐이였는데 어쩌다 키스까지 하게 된걸까
일주일동안 만나지 않으려 했던 정국이와 마주친 순간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정말 사랑인지 오랜만에 하는 키스에 의한 본능 때문이였는지

딱 무엇이다 결론 내릴 수 없는 감정에 이 날도 태형은 뜯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했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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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W.닻별

 

 

 

 

 

 

 

 

 

 

 

 

 

 

 

 

 

 

 

 

 

 

 

 

 

 

 

 

5초 간격으로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가 안그래도 예민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급기야 무식하게 문을 두드려 대는게 보나마나 옆집에 사는 시끄러운 녀석이 분명했다.

 

 

 

 

 

 

 

 

"시발 또 왜 임마"

 

 

 

 

"형! 저 어제 사고쳤어요!!"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대고 있는 상황이면 다 들린다고
말하기도 귀찮은지 한숨을 내쉬고는 집안으로 정국을 들여보내는 윤기였다.
처음에는 쫄아서 말도 제대로 못붙이던 놈이 꽤 오래 알았다고 육두문자를 날려도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할말을 이어나갔다.

 

 

 

 

 

 

 

 

"형 들어봐요 어제 말이에요..."

 

 

 

 

"뭐 김태형한테 고백이라도 했냐"

 

 

 

 

"..."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녀석을 보자니 골려주려고 던진 말이 사실이였나보다.

 

 

 

 

 

 

 

 

"그래서 뭐래 거절?"

 

 

 

 

"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입술 부비고 나왔어요"

 

 

 

 

"어린게 벌써부터 밝혀"

 

 

 

 

"이거 다 형 보고 배운건데, 맨날 밤마다 남자 끌고 들어오던게 누군데 그래요"

 

 

 

 

"닥쳐 입다물어"

 

 

 

 

 

 

 

 

고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형아형아 거리면서 쫓아다녔던게

크더니 뻔뻔함과 얄미움으로 똘똘 뭉쳐서 귀여운 구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쥐뿔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전정국 말은 틀린거 하나없는 사실이였고 나에게 연애란 귀찮은 것들 중 하나였기에 감정소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가벼운 관계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3년전만 해도 미친놈처럼 섹스만 했었기에

밤마다 내 집으로 들락날락 하는 수도없이 많은 남자들을 저 어린놈이 그대로 보고 자랐을 것이다.
저 놈한테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않아있지만 내 사생활이였고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정말 한 때에 불과했다.
거기다 지금은 횟수가 줄어들어 건전한 생활을 유지중이니 나름대로 개과천선 한거나 다름없다고 본다.

 

 

 

 

 

 

 

 

"아 맞다 형 그거 알아요?"

 

 

 

 

"뭔데 네가 김태형한테 고백하고 차였다는거?"

 

 

 

 

"아니 이 형이 진짜!"

 

 

 

 

"알았어 계속 말해봐 실연남"

 

 

 

 

"됐고 708호에 새로운 사람 이사왔대요"

 

 

 

 

"그러냐 그게 뭔 상관인데"

 

 

 

 

"남자래요"

 

 

 

 

"어 근데"

 

 

 

 

"아 진짜 형!"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또 지 혼자 심통나서는 몸을 일으키는 정국이였다.
옆집에 이사 온 남자라...불현 듯 어제 새벽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다급하게 전정국을 불러세웠다.

 

 

 

 

 

 

 

 

"야 설마 그 새ㄲ...아니 그 남자 키 크고 다리 길고 머리색도 희뿌옇게 탁한 회색이냐"

 

 

 

 

"뭐야 옆집분이랑 벌써 인사했어요? 그래서 반응이 그랬구나"

 

 

 

 

 

 

 

 

이럴때만 아무리 부어라 마셔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 기억하는 자신이 유별나다고 느껴졌다.
어제는 유난히 잘 받는 술에 친구놈들과 찢어진 뒤 들뜬 기분으로 혼자서 3차라는 명목을 대고는 오랜만에 게이바를 찾았다.
때 마침 자신을 위한 파티라도 열어준 것 같이 바 분위기는 상당히 무르익어 있었으며 취향인 놈들이 차고 넘쳤다.
늘 그렇듯 몸을 흔드는 것조차 귀찮아 가만히 술을 들이키면서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 온 녀석 얼굴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 안그래도 들뜬 기분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어차피 집도 가까운데 귀찮게 집 찾아가는 수고도 덜겸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한바탕 뒹굴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녀석을 이끌었다.
이자식도 여간 급하긴 했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입술부터 들이대며 진하게 입맞춤을 해왔다.
평소라면 자신이 사는 곳이니만큼 사람들 눈을 신경 썼겠지만

술을 마실때부터 쭉 이어온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입안을 파고드는 혀를 감싸며 몇번 휘저어줬다.
현관문 앞까지 가는 와중에도 입을 뗄 생각이 없는지 집요한 혀를 받아주느라 힘들어 하던 그 때 듣기 좋은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기 지나가야 하는데 좀 비켜주실래요?"

 

 

 

 

"아, 죄송합니다"

 

 

 

 

 

 

 

 

보통 남자끼리 입술을 부비고 있으면 경악부터 하는게 일반 사람들의 반응인데 그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옆을 지나갈뿐이였다.

 

 

 

 

 

 

 

 

"참견해서 죄송하지만 소리는 너무 크게 내지 말아주세요 제가 밤새 작업하는게 일이라서"

 

 

 

 

 

 

 

 

그러고서 입술 끝을 한껏 끌어올려 웃더니 현관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뭐야 저거"

 

 

 

 

"야"

 

 

 

 

"응? 아 미안해 기다리게 했구나"

 

 

 

 

"어디서 초면에 반말이야 새끼가 빨리 안꺼져?"

 

 

 

 

"어?...뭐?"

 

 

 

 

"섹스고 뭐고 기분 더러워졌으니까 얼른 가라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하늘 높이 치솟던 기분이 그 남자의 미소를 보는순간 땅끝으로 추락해버렸다.
그로인해 취향인 녀석한테 쌍욕까지 하면서 내쫓아 버렸고 결국 어제는 욕구도 풀지 못한채 술에 꼴아서 잠을 청했었다.

 

 

 

 

 

 

 

 

"하여튼 이상한 놈인건 확실해"

 

 

 

 

"뭐가요 형이?"

 

 

 

 

"야 전정국 너 집가라"

 

 

 

 

"왜요 좀 더 있을래"

 

 

 

 

"형 어제 못풀었다 뒤집어서 바지 까버리기전에 꺼져"

 

 

 

 

"뭐요? 완전 변태아냐 안그래도 갈꺼거든요"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을 집으로 돌려보내고는 혼자 곰곰히 어제 일을 곱씹어봤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않았다.
밥먹는것도 귀찮아하는 민윤기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섹스를 아무리 기분이 더러웠다지만 거절할리 없었다.
전정국한테 이 얘기를 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리가 없다고 어디 아프냐고 걱정했을지도 모를일이였다.
다 잡은 기회를 발로 뻥 차버릴만큼 멍청한 놈이 아닌데 내가 왜그랬을까

 

 

 

 

 

 

 

 

"몰라 잠이나 자야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자기 취향은 더더욱 아닌 남자가 시비를 걸어서 아니꼬왔던 거라고 대충 결론 지어버린 윤기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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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걸음의 거리감

 

 

 

 

 

 

 

 

W.닻별

 

 

 

 

 

 

 

 

 

 

 

 

 

 

 

 

 

 

 

 

 

 

 

 

 

 

 

 

 

내 자리에서 딱 여섯걸음

싸가지 없는 후배가 앉아 있는 그 자리까지 가는길이 나에게는 6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지옥의 시간이나 다름 없었다.

 

 

 

 

 

 

 

 

"얘는 왜 또 울상이야 누가 괴롭혔어?"

 

 

 

 

"아니"

 

 

 

 

"햄버거 안사줬냐 아니면 짜장면?"

 

 

 

 

"자꾸 사람 쪼잔하게 만들래?"

 

 

 

 

"야 야 김태형 무슨 일인데"

 

 

 

 

 

 

 

 

어제 들어온 알바비로 인해서 두둑해진 지갑을 쓰기위해 시끄러운 학생식당 앞까지 친히 발걸음을 옮겼더만

이미 여학우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름이 뭐더라

남자 이름 알아서 뭐하냐 내가 점찍어뒀던 예쁜 후배들이 다 저녀석한테 가 있는데

 

 

 

 

 

 

 

 

"전정국인가 그랬지?"

 

 

 

 

"고놈 참 잘생겼네"

 

 

 

 

"잘생겼는데 예쁘장 해서 여자들한테 인기 많잖아"

 

 

 

 

"이제 외모 1순위 내줘야겠는데 과대님"

 

 

 

 

"닥쳐 새끼들아"

 

 

 

 

 

 

 

 

아무리 기분이 안좋아도 바보같이 헤헤 웃으면서 모진 소리라고 해봤자 바보 멍청이 밖에 못하던 김태형이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인상을 쓴다면 말 다했지

기분이 더럽다 못해 건드리면 펑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내가 저 후배 이름은 기억 못해도 반반한 얼굴은 기억하지

지난번 일을 떠올리던 태형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지 베고 있던 친구녀석의 가방을 저멀리 던져버렸다.

 

 

 

 

 

 

 

 

"야! 저거 비싼거야 이새끼야!"

 

 

 

 

 

 

 

 

 

 

 

 

 

 

 

 

 

 

 

 

 

 

 

 

 

 

 

 

 

 

이제 어느정도 더위가 사그라들었나 싶었던 여름날의 끝자락

지친 몸을 이끌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왔던 태형은 긴 셔츠를 걷어올리며 눈앞에 보이는 자판기 앞으로 냅다 뛰어들었다.

 

 

 

 

 

 

 

 

"더워 죽겠다 와 미쳤다"

 

 

 

 

 

 

 

급하게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밀어넣는 손과 기분나쁘게 턱을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는 손길이 다급했다.
몇 분을 기다려도 작동하지 않는 자판기를 어르고 달래며 발로 차기를 수십번 결국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던 와중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거기! 후배!"

 

 

 

 

 

 

 

 

우렁찬 태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정국의 얼굴은 더운 여름날이 무색하게 땀 하나 흘리지 않은 채로 뽀송뽀송 하기까지 했다.
이름이...
연신 머리를 긁적거리던 태형이 얼른 와달라는 손짓을 하며 한번 더 흘러내린 땀을 훔쳐냈다.

 

 

 

 

 

 

 

 

"후배야 나 돈 좀 빌려줘"

 

 

 

 

"후배 아니고 전정국입니다"

 

 

 

 

"그래 정국아 천원만"

 

 

 

 

"지금 저한테 삥 뜯는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더워죽겠는데 돈이 없어 빌려주라 응?"

 

 

 

 

"없어요"

 

 

 

 

"큰 돈도 아니고 딱 천원이잖아"

 

 

 

 

"큰 돈도 아닌 천원이 없어서 자판기 음료수도 못 뽑아 먹는다는게 말이 돼요? 그럼 학교는 어떻게 오셨어요"

 

 

 

 

 

 

 

 

그늘도 아니고 햇빛 쨍쨍한 이런 곳에서 후배랑 실랑이나 벌이고 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자판기를 걷어 찬 태형이 신경질을 부리며 자리를 떠버렸다.
영문도 모른채 태형이 짜증을 내는 모습을 봐야했던 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도 천원짜리가 없는데 어떻게 뽑아달라는건지

 

 

 

 

 

 

 

 

 

 

 

 

 

 

 

 

 

 

 

 

 

 

 

 

 

 

 

 

 

 

같은 학교인건 알았는데 같은 과 후배인줄은 몰랐던 태형은 그 날 이후로 사사건건 마주치는 정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정국만 보면 그 날 뽑지 못했던 음료수와 함께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던 모습이 떠올라 괜히 기분이 상했다.
자신이 1학년일때만 해도 동기와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는데 신입생으로 저 잘생긴 얼굴을 가진 녀석이 들어오자마자

너나 할것없이 모든 여학우들의 관심을 빼앗은 것만 같아 배가 아팠다.
단지 혼자만의 열등감일지도 모를 이 감정을 자신이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과대표인 자신과 근로학생인 정국이 매번 학과에서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조교님은요?"

 

 

 

 

"나한테 일 떠맡기고 놀러나가셨어"

 

 

 

 

"일을 맡겨요?"

 

 

 

 

"그래 뭐가 문제야"

 

 

 

 

"아니 뭐 오늘도 늦게 집에 가겠다 싶어서요"

 

 

 

 

"무슨 뜻이야?"

 

 

 

 

"별 뜻 없어요"

 

 

 

 

 

 

 

 

조교가 없다는것 쯤은 내가 조교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 봐도 알텐데 꼭 한번씩 물음을 던지는 녀석의 태도가 아니꼬웠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저렇게 매번 틱틱 대는 태도야

 

 

 

 

 

 

 

 

"오늘 모임인건 알지?"

 

 

 

 

"무슨 모임이요"

 

 

 

 

"원래 학과 애들끼리 모이는건데 너도 보고싶다고 데려오래"

 

 

 

 

"저 술 잘 못해요"

 

 

 

 

"원래 선배가 말하면 못마셔도 간다고 하는게 예의야"

 

 

 

 

"그런 예의 배운적 없어요"

 

 

 

 

"아 그러냐 나는 선배한테 맞으면서까지 배워서"

 

 

 

 

 

 

 

 

대화는 거기까지가 끝이였다.
서로의 자존심은 박박 긁어놓고 언제나 끝마무리는 무시였다.
정국의 무시로 인해 태형이 혼자 씩씩거리는 익숙한 레파토리가 그들 사이에 존재했고

갑작스럽게 불타올라 싸우기 시작한 처음과 다르게 아예 없던 사람처럼 구는 마지막이 남들이 보기엔 우스울 정도였다.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한게 한 둘이 아니라 툭하면 마주치는 그들 사이에 운명이 있다는둥 장난으로 시작한 아이들의 소문이

점차 크기를 부풀려 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는걸 그 둘만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어른들 말이 어느정도 맞는 소리였다.

 

 

 

 

 

 

 

 

 

 

 

 

 

 

 

 

 

 

 

 

 

 

 

 

 

 

 

 

 

 

시끌벅적한 술자리
정국이 제일 싫어하는 자리였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술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모든것들이 술이라는 이름 하나로 허용범위가 넓어지는게 싫었다.
지금도 쩔쩔 매고 있는 여자후배 하나를 옆에 끼고 술을 퍼마시는 질 안좋은 선배의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우리 잘생긴 후배~ 잔 받아야지"

 

 

 

 

"아 감사합니다"

 

 

 

 

 

 

 

 

지나치게 달라붙어서 애교를 떨고 있는 이 선배도 싫다.
제일 싫은건 자신을 이런 자리로 부른 김태형이란 저 선배지
데려온건 자기면서 정작 자신은 나몰라라 술이나 퍼마시고 있고 헬렐레 하면서 남이 주는 술은 모두 다 들이붓고 있으니 조만간 픽 쓰러질게 분명했다.
정국이 생각을 끝마침과 동시에 큰 소리를 내며 상 위로 엎어진 태형이였다.

 

 

 

 

 

 

 

 

"이 자식은 매번 나오는데도 술이 이렇게 약하냐"

 

 

 

 

"원래 잘 못먹잖아요"

 

 

 

 

"에이 술 맛 떨어지게 누가 이 녀석 좀 치워"

 

 

 

 

"너무하다 선배"

 

 

 

 

"제가...데려갈게요!"

 

 

 

 

 

 

 

 

저 선배 같지도 않은 선배 마저도 없으면 이 어색한 공간에서 어떻게 버텨
재빨리 쓰러진 태형을 부축해서 들어올린 정국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술자리를 벗어났다.

 

 

 

 

 

 

 

 

"쟤네 둘이 요즘 묘하다?"

 

 

 

 

"사귀나? 그럼 집도 알겠네 냅둬요"

 

 

 

 

 

 

 

 

정국의 행동으로 인해 오해는 한층 더 깊어져가고 있었다.

 

 

 

 

 

 

 

 

"선배 집 좀 알려주세요"

 

 

 

 

"뭐야"

 

 

 

 

"선배 집..집이요"

 

 

 

 

"나 안갈래 시어"

 

 

 

 

"네?"

 

 

 

 

"가기 시타고!"

 

 

 

 

 

 

 

 

거의 질질 끌다시피 힘겹게 태형을 옮기고 있었는데 눈 앞에 보이는 전봇대로 달려가더니 꼭 붙잡고 얼굴을 부비적 대기 시작했다.

 

 

 

 

 

 

 

 

"뭐래 선배 취했어요?"

 

 

 

 

"태형이 시타 안간다 시타!!"

 

 

 

 

"이런 미친..."

 

 

 

 

"가기 시타는데 왜그르냐!"

 

 

 

 

"또라이가...조용히 해요!"

 

 

 

 

"읍부으부!!"

 

 

 

 

"야! 김태형!"

 

 

 

 

 

 

 

 

하나둘씩 몰리는 시선에 주위를 살피던 정국이 거친 손길로 태형의 입을 틀어막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 정국의 목소리에 놀란건지 입을 꾹 다문 태형이 조심스레 막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ㅇ...왜"

 

 

 

 

"집 어디야"

 

 

 

 

"저 앞"

 

 

 

 

"앞장서"

 

 

 

 

"네 가게스미다"

 

 

 

 

 

 

 

 

아직도 다 깨지못한 술로 인해 어눌한 발음으로 행선지를 내뱉더니

비틀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한 태형을 바라보던 정국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잘 걷는가 싶더니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려 하지를 않나 쓰레기통과 대화를 하지를 않나

분명 30분 거리였는데 어느새 한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간이 야속했다.

 

 

 

 

 

 

 

 

"선배 집이에요"

 

 

 

 

"하 모야 후배 왜 여기냐"

 

 

 

 

"술 취해서 데려다 줬잖아요 침대도 혼자 못가요?"

 

 

 

 

"어 나 약간 어질하구 그르네?"

 

 

 

 

"아 진짜 선배만 아니면 한대..."

 

 

 

 

 

 

 

 

정말 순수한 아이처럼 헤헤 하고 웃어버리는 태형의 얼굴을 마주하자 찬 거실 바닥에 던져두고 갈 수가 없어서

낑낑 거리며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던지다시피 내려놓았다.
자신도 그 옆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으니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킨 태형이 순식간에 옷을 잡아끌어 두 팔안에 정국을 가둬냈다.

 

 

 

 

 

 

 

 

"무..뭐야"

 

 

 

 

"후배야"

 

 

 

 

"선배 취했죠 비켜요"

 

 

 

 

"이름 알려줘"

 

 

 

 

"아니 여태까지 제 이름도"

 

 

 

 

 

 

 

 

이름을 물어봐놓고 대뜸 입술을 맞대는건 어느 나라 질문법이에요
아까까지 쐬었던 바깥바람 때문인지 까슬해진 입술이 닿아 저절로 찌푸려진 정국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지

천천히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아대는 모습이 집요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더운 입김이 맞닿은 입안으로 퍼지고 어느샌가 입안을 배회하고 있는 혀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감싸지도 않은채

멍하니 눈앞에 놓여있는 태형의 속눈썹을 보며 참 길다고 생각하는 정국이였다.
몇번 더 혀가 오가고 나서야 입을 떼어낸 탓에 축축해진 입주변으로 서서히 열이 오르고 있었다.

 

 

 

 

 

 

 

 

"미안해 이름 알려줘"

 

 

 

 

"전...정국이요"

 

 

 

 

"정국아 나랑 하자"

 

 

 

 

 

 

 

 

이건 순전히 술기운 탓이다.
나도 이미 몇 잔은 들이켰고 이 선배도 취해있고 무엇보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코앞에 놓여있는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태형의 두 손위로 자신의 손을 포갠 정국이 눈을 감자

그의 얼굴 위로 몇 번이고 입을 맞추는 태형이 그날따라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어제는 또 몇 잔에 뻗어버린거며 누구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고 어째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걸까
밤새 누군가를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이며 자신의 것을 열심히 쓴 것 같은데 기억이 깨끗하게 날아가버렸다.

 

 

 

 

 

 

 

 

"아...머리아파"

 

 

 

 

 

 

 

 

메모라던가 옷이라던가 뭐 하나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꿈이라도 꾼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싫다던 후배 녀석을 끌고 가 술자리에 참석하게 한거랑 졸업한 선배들 술을 한잔 두잔 받아마신게 기억나긴 하는데...싫다던 후배...후배녀석...

 

 

 

 

 

 

 

 

"김태형 이 미친놈아!"

 

 

 

 

 

 

 

 

죄없는 이불을 걷어차내던 태형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믿고싶지 않은 현실에 경악을 하며 급하게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지난 밤 자신을 데려다준 그 후배녀석에게 진지한 얼굴로 하자고 말한것까지 기억나면 거의 전부다 아니야?
강의 시작까지는 여유로웠지만 복잡해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정국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후배야!"

 

 

 

 

 

 

 

 

분명히 자신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일도 없었단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모습에 기가 차는 태형이였다.
아무리 그렇고 그런 일이 있어도 그렇지 지나가는 개만도 못한 대우라니 씩씩 거리며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발견한 정국이 재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야 후배! 거기안서?!"

 

 

 

 

"그만 좀 따라와요!"

 

 

 

 

 

 

 

 

건장한 남자 둘이서 대낮의 술래잡기를 하고 있으니 너도 나도 수근거리기 바쁜 와중에

자신들의 과대표와 근로학생이란걸 안 과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할 정도로 이미 유명인사인 둘이였다.
잡았다 생각했는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큰 그림자 때문에 멈춰 선 태형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과대표가 수업 시작 했는데 여기서 뭐하는걸까?"

 

 

 

 

"조...조교님?"

 

 

 

 

"그래 여기서 뭐해?"

 

 

 

 

"지금 들어가려구 했죠! 조교님도 참!"

 

 

 

 

"얼른 들어가"

 

 

 

 

"네 살펴가세요"

 

 

 

 

 

 

 

 

다 잡은거였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자신을 왜 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태형은 간지러운 귀만 긁적거리며 강의실을 찾아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요근래 자신과 마주치기만 하면 피하는 정국의 태도에 여러모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술버릇이 안좋은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있을때마다 좋게 해결보고

어차피 정황상 끝까지 안갔을 테니까 마음 놓고 있었던 자신의 실수가 컸다.
아직도 그 일만 떠올리면 자신의 밑에서 신음을 뱉던 이름 모를 후배가 생각나니 말 다했다.
학과 안에서는 서로 일처리 하느라 바빠 말을 걸지도 못하고 다른 일을 핑계로 말이라도 걸라 치면 녀석이 자리를 뜨기 바빴다.
쌓이고 쌓인 울화통이 터지기 직전인데 일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영화에서 나온 괴물 보듯 피하냐 이거지

 

 

 

 

 

 

 

 

"후배"

 

 

 

 

"왜요"

 

 

 

 

"끝나고 나 좀 봐"

 

 

 

 

"제가 왜요"

 

 

 

 

"시간 좀 내"

 

 

 

 

"싫어요"

 

 

 

 

"너 그 때 술 먹고 우리집가서"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요"

 

 

 

 

"니가 더 시끄럽다"

 

 

 

 

"너네 둘 다 시끄러워 여기 학과 사무실인거 몰라?"

 

 

 

 

 

 

 

 

기어이 조교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둘의 실랑이가 끝이났다.
정국이 자신을 피한 이후로 이런 말싸움은 오랜만이라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서서히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가린 태형이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무덤덤한 얼굴로 정국을 바라봤다.
잘생겼는데 싸가지가 없지
말은 또 얼마나 틱틱 거리면서 하는지 누가 보면 시비거는줄 알테고
근데 또 우는건 예쁘기는 하던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날의 일이 클로즈업 되면서 세차게 뛰어대는 심장에 달아오르는 얼굴까지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책상에 이마를 들이받은 태형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용건이 뭐에요"

 

 

 

 

"그 날 있잖아"

 

 

 

 

"무슨 날이요"

 

 

 

 

"그 우리 술먹은날"

 

 

 

 

"...그 날이 왜요"

 

 

 

 

"우리...잤지?"

 

 

 

 

"제가 선배 데려다주고 나왔잖아요 기억 안나요?"

 

 

 

 

"아니야 분명히 잤어"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왜그래요"

 

 

 

 

"내 머리가 그렇다고 하는데 넌 왜그래?"

 

 

 

 

"술먹고 뻗어서 쓰레기통이랑 얘기하는 선배가 믿음직해요 제가 믿음직해요?"

 

 

 

 

"어...그건 너야"

 

 

 

 

"그러니까 그 날 아무일도 없었고 저는 선배 데려다주고 집에 갔어요"

 

 

 

 

"후배야 그럼 머릿속에서 하응 하앙 거리면서 내 밑에서 깔려 우는 네 모습은 뭐야?"

 

 

 

 

"이 미친새끼가! 누가 언제 하응 하앙 거렸어! 아파서 숨넘어가는 와중에 그런 소리를 어떻게 내!"

 

 

 

 

"아팠어?"

 

 

 

 

"그럼 처음하는데 안아파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무식하게 쳐박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푹 숙인 정국이 자신의 주먹을 꽉 쥐어내며 울음을 참아냈다.
어차피 저 선배는 술먹고 벌인 일이고 자신만 조용히 하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안울려고 했는데 모든게 다 틀어져버렸다.

 

 

 

 

 

 

 

 

"ㅇ..야 후배야 울어? 우는거야?"

 

 

 

 

"후배 아니고 전정국이요 몇 번을 말해요"

 

 

 

 

"아니..정국아 진짜 미안해 나도 처음이야 남자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어정쩡하게 허공에 손을 뻗고 있는걸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가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눈물을 닦아낸 정국이 정말로 미안하다고 연신 머리를 숙여대며 죽을죄를 졌다고 말하는 태형을 보고 괜찮다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니까 형도 그냥 잊어요"

 

 

 

 

"아니 그건 그거대로 미안하고 이건 이거대로 미안해"

 

 

 

 

"뭔 소리에요"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그런데 한번 더 할래?"

 

 

 

 

"...미친새끼"

 

 

 

 

 

 

 

 

 

 

 

 

 

 

 

 

 

 

 

 

 

 

 

 

 

 

 

 

 

 

"이번에 제대로 차였나봐 이야 누군지 상처 하나 기깔나게 만들었네"

 

 

 

 

"이번에도 여자 문제냐"

 

 

 

 

"아니..."

 

 

 

 

"그럼 뭐야"

 

 

 

 

"남자"

 

 

 

 

"남자?!..그래 남자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했는데"

 

 

 

 

"하자고 해서"

 

 

 

 

"사귀냐?"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그러면 주먹 날릴만 했네"

 

 

 

 

"맞아 고백이 먼저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말던 뭐가 문제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던 태형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뭐야 왜 뭐"

 

 

 

 

"네 말이 맞아"

 

 

 

 

"뭔데 새끼야 무섭게"

 

 

 

 

"고맙다 친구야! 역시 우정이란!"

 

 

 

 

"쟤 한대 맞고 어디 이상해진거 아냐?"

 

 

 

 

"몰라 나 소름 돋았어"

 

 

 

 

 

 

 

 

정국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뛰었다녔던 탓인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마지막으로 가봐야 하는 곳에는 꼭 정국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복도를 가로질러 가는 그를 발견했다.

 

 

 

 

 

 

 

 

"정국아!"

 

 

 

 

"네?"

 

 

 

 

 

 

 

 

처음이였다.
후배가 아닌 정국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준 것이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는지 자기만 보면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태형이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자신을 마주한게

 

 

 

 

 

 

 

 

"선배?..."

 

 

 

 

"일단 미안해 근데 하자는건 진심이였어"

 

 

 

 

"진짜 이자식이..."

 

 

 

 

"내 말 좀 들어봐!"

 

 

 

 

"뭔데요"

 

 

 

 

"그러니까 내가 있잖아"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이는 그의 모습이 어색했다.
자꾸만 우물쭈물 대면서 손가락을 비비적 거리더니 머리를 긁적이고는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러모로 이상한 광경이였다.

 

 

 

 

 

 

 

 

"좋아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어버린 둘 사이에 조용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햇빛이 반사 되어 정국의 표정을 정확히 볼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 못하던 태형이 이내 한발자국 걸음을 내딛어 계단 한칸을 내려왔다.

 

 

 

 

 

 

 

 

"정국아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될까"

 

 

 

 

"안된다고 해도 올꺼잖아요 얼른와요"

 

 

 

 

 

 

 

 

정국이에게 닿기까지 딱 여섯칸이 남은 계단이였다.
학과 사무실에서도 너와 나의 거리는 딱 여섯걸음이였는데 한 발 한 발 내딛는 여섯걸음이 그때만큼 지옥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꺼번에 2칸씩 계단을 뛰어내려간 태형이 정국을 품에 안았다.
여섯걸음의 거리감이 이제는 코앞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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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좋아해요"

 

 

 

 

"응 나도 좋지 우리꾸기~"

 

 

 

 

"그럼 저랑 사겨요"

 

 

 

 

"뭐?"

 

 

 

 

 

 

 

 

내 귀가 이상한게 아니라면 방금 녀석이 뱉은 말은 잘 마시고 있던 맥주를 입밖으로 질질 흐르게 할 정도로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칠칠맞게 애도 아니고 이게 뭐에요"

 

 

 

 

 

 

 

 

평소와 같이 툴툴거리더니 다정하게 입주변을 닦아주고 있는 전정국은 지난 3년동안 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같이 지낸 옆집에 사는 녀석이 맞았고

방금 태연한 얼굴로 자신과 사귀자고 얘기한 사람 또한 같은 전정국이였다.

 

 

 

 

 

 

 

 

"그래서 대답은?"

 

 

 

 

 

 

 

 

끈질기게 시선을 맞춰오는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로 인한 침묵이 2분 남짓 흐를고 있을때

정국이가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뭐가 문제야 형 게이잖아요"

 

 

 

 

"그건 맞는데..."

 

 

 

 

"아, 설마 저번에 섹스하던 그런 쪼그만 애가 취향이에요?"

 

 

 

 

 

 

 

 

직설적인건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온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니 저기 섹스라니...본거야?"

 

 

 

 

"그럼 당연히 봤죠 도어락 울리는 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열정적이였나봐?"

 

 

 

 

 

 

 

 

지금 이런 상황이 오게 만든건 애초에 이녀석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자신이었기에

답답한 마음에 바보같은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 당돌하고 발랑까진 꼬맹이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한번 더 훅 치고 들어온 정국에 이미 레프트 라이트 펀치를 얻어맞은 듯한 태형은 한숨만 길게 내쉴뿐이였다.

여태까지 지내오면서 정국이를 연애대상으로 생각한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눈으로 봐 본 적도 없으니 마음이 생길리가 없었고

대학 졸업반에 다다른 자신에 비해 이제 갓 미자딱지를 뗀 풋내나는 새내기인 정국과 사랑나눔을 하자니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까지 드는게 여간 불편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정국아 그러니까 형은"

 

 

 

 

"됐어요 이렇게 뜸 들이는거보니 답나왔네"

 

 

 

 

 

 

 

 

예상과 다르게 쿨한 행동에 오히려 엉? 하고 이상한 효과음을 내버렸다.
몸을 일으키는 정국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하고 눈치를 살피며 곁눈질을 하던 태형을 빤히 보더니

살짝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며 쐐기를 박아버리는 정국이였다.

 

 

 

 

 

 

 

 

"저 형 3년전부터 좋아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거 여자애들이 보는 오그라드는 소설이나 드라마 같아서 안믿었거든요 근데 진짜네 어이없다 그쵸"

 

 

 

 

"하하...그러게"

 

 

 

 

"그러니까 내 말은 형이 아무리 거절해도 전 꼭 형이랑 사귀어야겠어요"

 

 

 

 

 

 

 

 

점점 경악으로 가득차는 태형의 표정은 아랑곳하지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자기 할말만 줄줄 내뱉는게 끊어낼 타이밍도 찾지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정국이 내뱉는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형이 날 안좋아하는데 어떡해요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나 3년동안 몸도 커졌고 키도 자랐고 배운것도 많아요"

 

 

 

 

 

 

 

 

확실히 마냥 애기같던 3년전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는 것이 젖살도 빠지고 묘하게 눈빛이 진해졌다.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내가 제일 좋아하던 정국이의 깊은 눈동자는 더욱 더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에요"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맞닿은 입술에 의해 말문이 막혔고 부드럽게 부비던 것이 무색하게 혀를 내어 끈적하게 핥아내더니

아프지않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떨어졌다.

 

 

 

 

 

 

 

 

"형 눈 풀렸어요"

 

 

 

 

 

 

 

 

웃을 때 살짝 접히는 눈꼬리를 보고있자니 야하다는 생각과 함께 간질간질한 느낌에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보이는 입술에

하마터면 일어서서 나가려는 정국이의 팔을 붙잡아 한번 더 입을 맞출 뻔 했다.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평소처럼 대해줘요 안그러면 나 진짜 상처 받을 것 같아요 그럼 잘자고 내일봐"

 

 

 

 

 

 

 

 

현관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은 역시 평소와 같은 옆집 동생 전정국이였다.

 

 

 

 

 

 

 

 

"아...진짜 미쳤다 미쳤어"

 

 

 

 

 

 

 

 

하지만 평소와 다른 태형은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난리를 피워대느라 뜬눈으로 하룻밤을 지샐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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