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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애가 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태형이형이 다니는 대학교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지금 쯤이면 형도 끝나지 않았을까
먼저 키스까지 할 정도면 좋은 쪽으로 대답이 나올거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정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3년 동안 질질 끌었던 짝사랑이 오늘 안에, 어쩌면 곧 끝이 난다는것에 시원섭섭한 기분과 함께 가슴 한켠이 시려왔다.
이제는 정말 끝맺음을 해야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이제 마지막 수업도 끝났을텐데"

 

 

 

 

 

 

 

 

두리번 거리다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여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태형이ㅎ..."

 

 

 

 

 

 

 

 

아는척을 하려 했는데 태형의 옆에서 같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린 정국이였다.
1년전 쯤인가 여느날과 다름없이 태형의 집에 놀러갔던 정국이 목격한 것은 꽤 충격적인 모습이였다.
태형과 같은 또래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태형과 진하게 키스를 하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정황상 섹스를 하기 직전인 둘의 모습에 그날은 그간 모아뒀던 눈물들을 다 쏟아내기라도 하듯이 밤새껏 울고 또 울어서 다음날 태형에게 붕어라는 놀림까지 당했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짝사랑 상대가 섹스하려는 모습을 본 것도 모자라 그 상대방이 지금 태형과 같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저 남자라니

금방이라도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어? 꾹아?"

 

 

 

 

"꾹? 얘가 네가 말한 정국이란 얘야?"

 

 

 

 

"안녕하세요..."

 

 

 

 

 

 

 

 

언제 발견한건지 동그란 정수리만을 보고도 정국이란걸 알아챈 태형이 말을 걸어왔다.
옆에 딸려 온 그 사람도 자신과 자주 만난 사이인 것 마냥 아는척을 해왔다.

 

 

 

 

 

 

 

 

"끝나고 전화한다고 했잖아 추운데 여기서 기다렸어?"

 

 

 

 

 

 

 

 

평소와 같이 다정한 손길로 두 볼을 감싸며 물어오는 태형에 기껏 참고 있는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괜히 코를 킁킁대며 시선을 피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요 괜찮으니까 손 떼도 돼"

 

 

 

 

"안녕 정국아! 난 박지민이야 태태랑 동갑이고 같은과 다니고 있어"

 

 

 

 

 

 

 

 

자신보다 작아보이는 키에 환하게 미소를 짓자 접히는 눈꼬리와 그 주위로 과하지 않을만큼 붙은 살이 귀여움을 극대화 시켜 서글한 인상을 풍겼다.
누구나 다 귀여워할만한 페이스에 성격도 밝아 보이는게 자신과는 정반대인 모습이 태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안그래도 우울했던 기분이

이제는 땅을 파고 들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전정국 스물이에요"

 

 

 

 

"우리보다 두살이나 어리네? 귀엽다"

 

 

 

 

 

 

 

 

자연스럽게 볼을 잡아 당기는 손에 이걸 물어버려야하나 싶었는데 때마침 지민의 손을 쳐내는 태형이였다.

 

 

 

 

 

 

 

 

"박지민 수작 부리지마"

 

 

 

 

"정국이가 귀여워서 우쭈쭈 해준거야"

 

 

 

 

 

 

 

 

태형이형이 지민이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질투하는걸까
자신도 모르게 태형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지 할 말 있냐고 묻는 형에 고개를 젓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 할 얘기 있다고 했잖아요"

 

 

 

 

"맞다 어디로 갈까 요 앞에 카페 갈까?"

 

 

 

 

"뭐야 둘만 노는게 어디있어 나도 껴줘"

 

 

 

 

"매일 놀러다니면서 지겹지도 않냐"

 

 

 

 

"너 말고 꾹이랑 놀고싶은거거든"

 

 

 

 

"네가 뭔데 정국이를 꾹이라고 불러 임마!"

 

 

 

 

"나는 부르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어? 없잖아"

 

 

 

 

 

 

 

 

누가 태형이형 친구 아니랄까봐 유치한걸로 싸워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게 똑 닮았다.
나름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쉽게 물리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보는 정국이였다.

 

 

 

 

 

 

 

 

"형 그냥 집가서 얘기해요"

 

 

 

 

"단 둘이 집에가서 뭐하려고?"

 

 

 

 

"뭐하긴 얘기하러 가는거지"

 

 

 

 

"정국아 조심해 쟤 완전 늑대야"

 

 

 

 

 

 

 

 

오늘 처음 본 사이면서 사교성 좋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귓가에 속삭이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금방이라도 팔을 떨쳐내며 늑대인걸 어떻게 아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일단은 태형의 친구였고 자신 때문에 태형에게 피해가 가는건 정말 싫었기에

잠자코 지민의 말을 듣고있었다.

 

 

 

 

 

 

 

 

"저번에 한번 둘이서 술 마신 적이 있었는데 대뜸 키스를 해대더라고 그러니까 정국이도 조심해 큰일나~"

 

 

 

 

 

 

 

 

말안해도 다 아는 사실이였다.
단 둘이 술을 마신 날이 내가 목격한 그 날일 것이다.
태형이형이 술김에 키스를 한 것이라면 이 사람은 왜 밀어내지 않았고 그 날 어디까지 진도를 뺐으며

지금 둘 사이는 무슨 사이인지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침침 너 꾹이한테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뭘?~"

 

 

 

 

"이자식이!"

 

 

 

 

"아 약속 늦겠다 나 먼저 가볼게 태태야 귀여운 꾹이도 안녕~~"

 

 

 

 

"다리도 짧은게 뛰다 다친다"

 

 

 

 

 

 

 

 

벌써 애칭까지 정한 사이라면 누가봐도 사귀는 사이잖아
결국 쌓였던 설움이 폭발했는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황급히 고개를 숙여 옷소매로 눈을 부비며 닦아보았지만 여태껏 참았던 탓인지 그치는게 쉽지않았다.

 

 

 

 

 

 

 

 

"꾹아 이제 가자"

 

 

 

 

 

 

 

 

지민이 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던 태형이 고개를 돌리자 정국이의 어깨가 떨리는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추웠지? 괜찮은 척 하기는 얼른 따뜻한 곳으로 가자"

 

 

 

 

 

 

 

 

어깨를 감싸고 끌어당기려 했는데 도무지 발을 뗄 생각을 안하는 정국에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정국아 전정국 안갈꺼야?"

 

 

 

 

 

 

 

 

갑자기 고개를 홱 쳐드는 바람에 정국이의 머리와 태형의 코가 부딪혔다.
꽤 세게 부딪혔는지 찡하게 울려오는 코를 부여잡고 정국이를 쳐다봤는데 눈가가 벌게진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아무하고나 키스해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숨 넘어갈듯이 울더니 큰소리로 외친다는게 저 소리다.
그것도 사람 많은 대학교 정문에서 말이다.

 

 

 

 

 

 

 

 

"정국아 일단 좀 집에가서 얘기하자 응?"

 

 

 

 

"됐어요! 얼른 방금 그 지민인가 지만인가 망개떡 같은 사람한테 가서 키스하고 섹스하고 다 하란 말이에요!

사람 가지고 놀아요? 어제는 저한테 키스하더니 저번에는 ㅈ..."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몰리는 시선들에 정국이의 입을 막고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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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자 추워진 날씨에 괜히 입에 문 담배 끝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추워서 담배도 못피겠네"

 

 

 

 

 

 

 

 

집안에서 피면 윗집에 피해가 간다나 뭐라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집주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온건데 담배 피기도 전에 추워서 입 돌아가게 생겼다.

 

 

 

 

 

 

 

 

"추운데 여기서 뭐하세요 아 담배?"

 

 

 

 

 

 

 

 

인기척도 없이 어느새 옆에 서 있는 인영에 하마터면 꼴사납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옆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궈버렸다.
아 옆집남자다
저 새끼 때문에 저번에 다 잡았던 기회도 놓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에 한개비도 아까운 담배도 떨어트렸으니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많이 놀랐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미안해요"

 

 

 

 

 

 

 

 

슬쩍 올라간 입꼬리가 맘에 안든다.
웃을 때 휘어지는 눈꼬리도 거슬리고 조금 더 시선을 올려다봐야 하는 자신보다 큰 키도 한없이 불쾌했다.

 

 

 

 

 

 

 

 

"김남준 스물셋이에요"

 

 

 

 

 

 

 

 

한껏 구겨진 내 표정이 안보이는건지 일부러 무시하는건지 악수를 청해오는 뻔뻔한 손이 어이가 없어 조소가 흘러나왔다.

 

 

 

 

 

 

 

 

"뭐 어쩌라고"

 

 

 

 

"상대방이 소개를 했으면 자신도 소개하는게 예의잖아요"

 

 

 

 

"민윤기 스물넷"

 

 

 

 

"윤기형이네 잘부탁해"

 

 

 

 

"원래 통성명 하고나면 반말부터 찍찍 써대는게 예의인가보네"

 

 

 

 

"그게 친해지기 좋잖아"

 

 

 

 

 

 

 

 

나 너 싫으니까 얼른 꺼져란 티를 팍팍 내뿜으며 말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이 녀석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김태형은 바보라서 싫은 티 내도 모른다지만 김남준이란 저 놈은 백퍼센트 알고서도 무시하는거다.

 

 

 

 

 

 

 

 

"앞으로 자주 볼텐데 잘 지내자 윤기형"

 

 

 

 

"자주 볼 일이 있으려나"

 

 

 

 

"저번에 키스 방해한거 때문에 그래?"

 

 

 

 

 

 

 

 

직설적인 남준의 말에 하나 더 꺼내고 있던 담배를 또 바닥에 떨궈버린 윤기였다.
점점 참을성이 바닥나고 있다는걸 보여주듯이 떨어진 담배를 발로 짓이기듯 밟아버렸다.

 

 

 

 

 

 

 

 

"알면 좀 가라"

 

 

 

 

"싫은데"

 

 

 

 

"시발 너 진짜 뭐하는 새끼야"

 

 

 

 

"음...민윤기한테 관심있는 새끼?"

 

 

 

 

 

 

 

 

태연하게 내뱉은 말 치고는 내용은 핵폭탄 급이였다.
날 언제 봤다고 관심이 생겼다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건 기본이고

추워 죽겠는데 담배 하나 피려고 여기까지 나와서 저런 개같은 소리나 들어야 한다니

그날도 그렇고 이 녀석은 만날때마다 내 기분을 더렵게 만들었다.

 

 

 

 

 

 

 

 

"그날 딱 봤는데 취향인 사람이 어떤 남자랑 입술을 부비고 있길래 마음에 안들어서 시비 좀 걸었어"

 

 

 

 

"뭐야 이거 전정국보다 훨씬 또라이네"

 

 

 

 

"그게 누구야 키스하던 사람이야?"

 

 

 

 

"됐고 얼른 꺼져"

 

 

 

 

"와 형 매정하다 관심있다고 했는데 반응이 싸늘하네"

 

 

 

 

 

 

 

 

여기서 더 말을 섞다가는 본인만 피곤해질 것 같아 등을 돌려 발을 떼려 했는데 팔을 잡고 돌려 세우는 남준에 의해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말하기도 귀찮은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녀석을 올려다보자 입에 담배 하나를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준다.

 

 

 

 

 

 

 

 

"나 때문에 아까운 담배 떨궜잖아 보니까 같은거 피는 것 같아서"

 

 

 

 

 

 

 

 

담배곽을 흔들며 웃어주는데 여태까지 봐왔던 미소들과 다르게 짜증이 쌓이고 쌓여 바짝 열을 올리고 있던 것들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폐 속 깊숙히 파고든 담배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한참을 녀석의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나 더 달라는건가"

 

 

 

 

 

 

 

 

미소를 유지한 채 시선을 피하지 않는 모습에 윤기도 덩달아 계속 남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에 머금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가져가더니 남준의 얼굴로 연기를 뱉어냈고

그로인해 마른 기침을 몇 번 토해내는 남준을 보며 꽤 크게 웃어제끼는 윤기였다.

 

 

 

 

 

 

 

 

"병신아 속일걸 속여야지"

 

 

 

 

 

 

 

 

이런 독한 담배를 피면 아무리 적게 핀다지만 냄새가 몸에 베이는건 당연한거고

담배꽁초가 든 쓰레기 봉투가 눈에 띄여야 하는데 저 놈 짚앞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담배꽁초 끄트머리도 볼 수 없었다.

 

 

 

 

 

 

 

 

"담배 안피는거 들켰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보여 멈췄던 웃음이 다시 터져나왔다.

 

 

 

 

 

 

 

 

"아까 불 붙이는 것도 어색하더만"

 

 

 

 

"붙여본 것도 처음이라서 그래"

 

 

 

 

"허세 부리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어차피 계속 맡아야될거 연습 좀 하려고 했지"

 

 

 

 

"담배 안핀다면서"

 

 

 

 

"형이랑 키스할껀데 모양 빠지게 기침하면 안되잖아"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상은 아니란걸 깨닫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녀석이다.
허우대 멀쩡한게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놈한테 관심을 가졌을까 싶은 윤기는 말을 잇기가 귀찮은지 담배만 피워댈뿐이였다.

 

 

 

 

 

 

 

 

"담배 떨군건 다 갚은거야"

 

 

 

 

 

 

 

 

남은 담배가 들어있는 곽을 손 위에 올려놔주고 바닥에서 짓이겨진 담배꽁초를 주워서 자기 주머니에 넣더니

보조개가 돋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맞춘다.

 

 

 

 

 

 

 

 

"담배 말고도 그 날 나 때문에 못했던 것도 갚을 수 있어 언제든지 옆집으로 와"

 

 

 

 

 

 

 

 

고개를 숙이더니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고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자기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남준이였다.

 

 

 

 

 

 

 

 

"진짜 미친놈이네"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던 윤기는 태우다 만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발로 비벼 끄고는 어색한 몸짓으로 느릿하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약간 붉어진 볼이 추워진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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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받은지 오늘부로 딱 일주일째였다.

 

 

 

 

 

 

 

 

"하...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걸까"

 

 

 

 

"뭘 언제까지 그래요"

 

 

 

 

 

 

 

 

그날부터 정국이를 피해다녔다.
싫다거나 역겹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시도때도 없이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모르는 새에 정국이의 입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는 친구 녀석들도 내가 요즘 이상하게 멍하다고 뭔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였다.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에 제일 먼저 생각해낸게 녀석과 거리를 두고 마주치지 않는 것이였다.
유난히 많던 잠도 줄이고 일부러 더 바깥으로 나돌고 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전정국이였다.

 

 

 

 

 

 

 

 

"나 피해다니느라 고생 좀 했겠네"

 

 

 

 

"티났어?"

 

 

 

 

"내가 무슨 형이에요?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알죠"

 

 

 

 

 

 

 

 

이유가 어찌되었든간에 사람을 일부러 피해다녔고 상대방은 그걸 알고있었던 상황이라면 태형 본인이 백번 잘못한게 맞으니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바닥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였다.

 

 

 

 

 

 

 

 

"태형이형"

 

 

 

 

"응 정국아"

 

 

 

 

"형"

 

 

 

 

"응 왜불러"

 

 

 

 

 

 

 

 

"나 바닥에 있는게 아니라 형 앞에 있는데요"

 

 

 

 

 

 

 

 

예전처럼 해맑게 웃으며 눈을 맞추고 대답을 해주지도 않고 아까부터 죄인처럼 바닥만 쳐다보는 태형이 못마땅해진 정국이였다.
오히려 태형과의 사이를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버린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 좀 똑바로 봐줘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일주일만에 보는 정국이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찼다.
입을 맞췄던 그 날과 묘하게 겹쳐지는 얼굴에 밤새 저를 괴롭혔던 들뜬 기분이 다시끔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평소처럼 대해달라고 말했잖아요 물론 힘든거 알아요 근데 고백한건 난데 왜 형이 피해다녀요 피해다녀도 내가 피해다녀야지"

 

 

 

 

 

 

 

 

살짝 찡그려진 미간과 몇 번 깜빡여지는 눈에 의해 드러나는 속눈썹이 보였고

곧게 뻗은 콧대를 지나 반복적으로 쉴새없이 움직여지는 입술에 시선이 멈췄다.

 

 

 

 

 

 

 

 

"형 맘 잘 알았으니까 이제 내가 형 눈 앞에서 안보이면 되잖ㅇ..."

 

 

 

 

 

 

 

 

몸이 이끄는대로 손을 올려 어깨를 잡아 끌어당기고는 입술을 머금었다.
놀라서 굳어진 몸을 달래듯이 살살 입술주변을 쓸어내리던 혀가 살짝 깨물자 벌어진 틈새 사이로 밀려 들어갔고

입안 곳곳을 휘젓더니 입천장을 간질이며 깊숙히 파고들었다.

 

 

 

 

 

 

 

 

"뭐야 너네 집앞에서 야동 찍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 코앞에 보이는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정국이의 얼굴과 맞닿아있는 입술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몇 발자국 떨어졌다.

 

 

 

 

 

 

 

 

"꾹아! 그러니까 이게 어! 그러니까 말야!"

 

 

 

 

"형..."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게 일주일전과 똑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정국이한테 키스를 한거잖아
나한테 고백한 전정국한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체할 수 없을만큼 달아오르는 기분에 붉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한 태형이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이야 전정국 두번째 차인거야?"

 

 

 

 

 

 

 

 

놀리는게 명백한 말투로 내뱉은 윤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관문이 반쯤 다시 열렸다.

 

 

 

 

 

 

 

 

"그...정국아 일단 미안하고 어...음 그러니까 내일 시간 좀 내줘 알겠지? 끝나고 바로 전화할게"

 

 

 

 

 

 

 

 

자기 할말만 하고 다시 굳게 닫혀버린 현관문을 쳐다보던 정국이 윤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윤기형"

 

 

 

 

"왜, 또 차여서 사고 쳤다고?"

 

 

 

 

"김태형 키스 엄청 잘해요"

 

 

 

 

"좀 곱게 미쳐라 임마"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사고친거 아니에요 태형이형이 쳤어요"

 

 

 

 

 

 

 

 

좋아하는 녀석이랑 키스 두번 하더니 드디어 맛이 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정국이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윤기였다.

 

 

 

 

 

 

 

 

"늦었어 얼른 들어가 추워 죽겠구만"

 

 

 

 

"저 태형이형이랑 잘 되면 형한테 빨간 컨버스 하이 사줄게요"

 

 

 

 

"꺼져 조던넘버스 아니면 안받는다"

 

 

 

 

 

 

 

 

역시 정국이를 계속 피해다녔어야 하는게 맞았다.
그저 옆집 동생일뿐이였는데 어쩌다 키스까지 하게 된걸까
일주일동안 만나지 않으려 했던 정국이와 마주친 순간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정말 사랑인지 오랜만에 하는 키스에 의한 본능 때문이였는지

딱 무엇이다 결론 내릴 수 없는 감정에 이 날도 태형은 뜯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했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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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간격으로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가 안그래도 예민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급기야 무식하게 문을 두드려 대는게 보나마나 옆집에 사는 시끄러운 녀석이 분명했다.

 

 

 

 

 

 

 

 

"시발 또 왜 임마"

 

 

 

 

"형! 저 어제 사고쳤어요!!"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대고 있는 상황이면 다 들린다고
말하기도 귀찮은지 한숨을 내쉬고는 집안으로 정국을 들여보내는 윤기였다.
처음에는 쫄아서 말도 제대로 못붙이던 놈이 꽤 오래 알았다고 육두문자를 날려도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할말을 이어나갔다.

 

 

 

 

 

 

 

 

"형 들어봐요 어제 말이에요..."

 

 

 

 

"뭐 김태형한테 고백이라도 했냐"

 

 

 

 

"..."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녀석을 보자니 골려주려고 던진 말이 사실이였나보다.

 

 

 

 

 

 

 

 

"그래서 뭐래 거절?"

 

 

 

 

"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입술 부비고 나왔어요"

 

 

 

 

"어린게 벌써부터 밝혀"

 

 

 

 

"이거 다 형 보고 배운건데, 맨날 밤마다 남자 끌고 들어오던게 누군데 그래요"

 

 

 

 

"닥쳐 입다물어"

 

 

 

 

 

 

 

 

고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형아형아 거리면서 쫓아다녔던게

크더니 뻔뻔함과 얄미움으로 똘똘 뭉쳐서 귀여운 구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쥐뿔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전정국 말은 틀린거 하나없는 사실이였고 나에게 연애란 귀찮은 것들 중 하나였기에 감정소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가벼운 관계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3년전만 해도 미친놈처럼 섹스만 했었기에

밤마다 내 집으로 들락날락 하는 수도없이 많은 남자들을 저 어린놈이 그대로 보고 자랐을 것이다.
저 놈한테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않아있지만 내 사생활이였고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정말 한 때에 불과했다.
거기다 지금은 횟수가 줄어들어 건전한 생활을 유지중이니 나름대로 개과천선 한거나 다름없다고 본다.

 

 

 

 

 

 

 

 

"아 맞다 형 그거 알아요?"

 

 

 

 

"뭔데 네가 김태형한테 고백하고 차였다는거?"

 

 

 

 

"아니 이 형이 진짜!"

 

 

 

 

"알았어 계속 말해봐 실연남"

 

 

 

 

"됐고 708호에 새로운 사람 이사왔대요"

 

 

 

 

"그러냐 그게 뭔 상관인데"

 

 

 

 

"남자래요"

 

 

 

 

"어 근데"

 

 

 

 

"아 진짜 형!"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또 지 혼자 심통나서는 몸을 일으키는 정국이였다.
옆집에 이사 온 남자라...불현 듯 어제 새벽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다급하게 전정국을 불러세웠다.

 

 

 

 

 

 

 

 

"야 설마 그 새ㄲ...아니 그 남자 키 크고 다리 길고 머리색도 희뿌옇게 탁한 회색이냐"

 

 

 

 

"뭐야 옆집분이랑 벌써 인사했어요? 그래서 반응이 그랬구나"

 

 

 

 

 

 

 

 

이럴때만 아무리 부어라 마셔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 기억하는 자신이 유별나다고 느껴졌다.
어제는 유난히 잘 받는 술에 친구놈들과 찢어진 뒤 들뜬 기분으로 혼자서 3차라는 명목을 대고는 오랜만에 게이바를 찾았다.
때 마침 자신을 위한 파티라도 열어준 것 같이 바 분위기는 상당히 무르익어 있었으며 취향인 놈들이 차고 넘쳤다.
늘 그렇듯 몸을 흔드는 것조차 귀찮아 가만히 술을 들이키면서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 온 녀석 얼굴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 안그래도 들뜬 기분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어차피 집도 가까운데 귀찮게 집 찾아가는 수고도 덜겸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한바탕 뒹굴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녀석을 이끌었다.
이자식도 여간 급하긴 했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입술부터 들이대며 진하게 입맞춤을 해왔다.
평소라면 자신이 사는 곳이니만큼 사람들 눈을 신경 썼겠지만

술을 마실때부터 쭉 이어온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입안을 파고드는 혀를 감싸며 몇번 휘저어줬다.
현관문 앞까지 가는 와중에도 입을 뗄 생각이 없는지 집요한 혀를 받아주느라 힘들어 하던 그 때 듣기 좋은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기 지나가야 하는데 좀 비켜주실래요?"

 

 

 

 

"아, 죄송합니다"

 

 

 

 

 

 

 

 

보통 남자끼리 입술을 부비고 있으면 경악부터 하는게 일반 사람들의 반응인데 그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옆을 지나갈뿐이였다.

 

 

 

 

 

 

 

 

"참견해서 죄송하지만 소리는 너무 크게 내지 말아주세요 제가 밤새 작업하는게 일이라서"

 

 

 

 

 

 

 

 

그러고서 입술 끝을 한껏 끌어올려 웃더니 현관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뭐야 저거"

 

 

 

 

"야"

 

 

 

 

"응? 아 미안해 기다리게 했구나"

 

 

 

 

"어디서 초면에 반말이야 새끼가 빨리 안꺼져?"

 

 

 

 

"어?...뭐?"

 

 

 

 

"섹스고 뭐고 기분 더러워졌으니까 얼른 가라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하늘 높이 치솟던 기분이 그 남자의 미소를 보는순간 땅끝으로 추락해버렸다.
그로인해 취향인 녀석한테 쌍욕까지 하면서 내쫓아 버렸고 결국 어제는 욕구도 풀지 못한채 술에 꼴아서 잠을 청했었다.

 

 

 

 

 

 

 

 

"하여튼 이상한 놈인건 확실해"

 

 

 

 

"뭐가요 형이?"

 

 

 

 

"야 전정국 너 집가라"

 

 

 

 

"왜요 좀 더 있을래"

 

 

 

 

"형 어제 못풀었다 뒤집어서 바지 까버리기전에 꺼져"

 

 

 

 

"뭐요? 완전 변태아냐 안그래도 갈꺼거든요"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을 집으로 돌려보내고는 혼자 곰곰히 어제 일을 곱씹어봤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않았다.
밥먹는것도 귀찮아하는 민윤기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섹스를 아무리 기분이 더러웠다지만 거절할리 없었다.
전정국한테 이 얘기를 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리가 없다고 어디 아프냐고 걱정했을지도 모를일이였다.
다 잡은 기회를 발로 뻥 차버릴만큼 멍청한 놈이 아닌데 내가 왜그랬을까

 

 

 

 

 

 

 

 

"몰라 잠이나 자야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자기 취향은 더더욱 아닌 남자가 시비를 걸어서 아니꼬왔던 거라고 대충 결론 지어버린 윤기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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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좋아해요"

 

 

 

 

"응 나도 좋지 우리꾸기~"

 

 

 

 

"그럼 저랑 사겨요"

 

 

 

 

"뭐?"

 

 

 

 

 

 

 

 

내 귀가 이상한게 아니라면 방금 녀석이 뱉은 말은 잘 마시고 있던 맥주를 입밖으로 질질 흐르게 할 정도로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칠칠맞게 애도 아니고 이게 뭐에요"

 

 

 

 

 

 

 

 

평소와 같이 툴툴거리더니 다정하게 입주변을 닦아주고 있는 전정국은 지난 3년동안 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같이 지낸 옆집에 사는 녀석이 맞았고

방금 태연한 얼굴로 자신과 사귀자고 얘기한 사람 또한 같은 전정국이였다.

 

 

 

 

 

 

 

 

"그래서 대답은?"

 

 

 

 

 

 

 

 

끈질기게 시선을 맞춰오는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로 인한 침묵이 2분 남짓 흐를고 있을때

정국이가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뭐가 문제야 형 게이잖아요"

 

 

 

 

"그건 맞는데..."

 

 

 

 

"아, 설마 저번에 섹스하던 그런 쪼그만 애가 취향이에요?"

 

 

 

 

 

 

 

 

직설적인건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온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니 저기 섹스라니...본거야?"

 

 

 

 

"그럼 당연히 봤죠 도어락 울리는 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열정적이였나봐?"

 

 

 

 

 

 

 

 

지금 이런 상황이 오게 만든건 애초에 이녀석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자신이었기에

답답한 마음에 바보같은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 당돌하고 발랑까진 꼬맹이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한번 더 훅 치고 들어온 정국에 이미 레프트 라이트 펀치를 얻어맞은 듯한 태형은 한숨만 길게 내쉴뿐이였다.

여태까지 지내오면서 정국이를 연애대상으로 생각한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눈으로 봐 본 적도 없으니 마음이 생길리가 없었고

대학 졸업반에 다다른 자신에 비해 이제 갓 미자딱지를 뗀 풋내나는 새내기인 정국과 사랑나눔을 하자니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까지 드는게 여간 불편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정국아 그러니까 형은"

 

 

 

 

"됐어요 이렇게 뜸 들이는거보니 답나왔네"

 

 

 

 

 

 

 

 

예상과 다르게 쿨한 행동에 오히려 엉? 하고 이상한 효과음을 내버렸다.
몸을 일으키는 정국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하고 눈치를 살피며 곁눈질을 하던 태형을 빤히 보더니

살짝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며 쐐기를 박아버리는 정국이였다.

 

 

 

 

 

 

 

 

"저 형 3년전부터 좋아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거 여자애들이 보는 오그라드는 소설이나 드라마 같아서 안믿었거든요 근데 진짜네 어이없다 그쵸"

 

 

 

 

"하하...그러게"

 

 

 

 

"그러니까 내 말은 형이 아무리 거절해도 전 꼭 형이랑 사귀어야겠어요"

 

 

 

 

 

 

 

 

점점 경악으로 가득차는 태형의 표정은 아랑곳하지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자기 할말만 줄줄 내뱉는게 끊어낼 타이밍도 찾지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정국이 내뱉는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형이 날 안좋아하는데 어떡해요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나 3년동안 몸도 커졌고 키도 자랐고 배운것도 많아요"

 

 

 

 

 

 

 

 

확실히 마냥 애기같던 3년전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는 것이 젖살도 빠지고 묘하게 눈빛이 진해졌다.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내가 제일 좋아하던 정국이의 깊은 눈동자는 더욱 더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에요"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맞닿은 입술에 의해 말문이 막혔고 부드럽게 부비던 것이 무색하게 혀를 내어 끈적하게 핥아내더니

아프지않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떨어졌다.

 

 

 

 

 

 

 

 

"형 눈 풀렸어요"

 

 

 

 

 

 

 

 

웃을 때 살짝 접히는 눈꼬리를 보고있자니 야하다는 생각과 함께 간질간질한 느낌에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보이는 입술에

하마터면 일어서서 나가려는 정국이의 팔을 붙잡아 한번 더 입을 맞출 뻔 했다.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평소처럼 대해줘요 안그러면 나 진짜 상처 받을 것 같아요 그럼 잘자고 내일봐"

 

 

 

 

 

 

 

 

현관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은 역시 평소와 같은 옆집 동생 전정국이였다.

 

 

 

 

 

 

 

 

"아...진짜 미쳤다 미쳤어"

 

 

 

 

 

 

 

 

하지만 평소와 다른 태형은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난리를 피워대느라 뜬눈으로 하룻밤을 지샐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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